[공항일지]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될 수 있다

by 낯선여름

공항에 있는 서류들을 보며 떠올리는 추억.

여행 경험이 많지 않았을 시절, 입국 신고서나 세관신고서를 쓸 때면
옆의 친구 것을 힐끗 쳐다보기도 하면서 서류 한 칸 한 칸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썼다.

(어떤 분은 이거 시험지도 아닌데 OMR 카드 쓰듯 한 장 더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내 직업을 쓰라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내 직업을 영어로 어떻게 쓰는 게 나은 건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 동료들과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직업을 어떻게 쓰냐고.

한 친구는 모범답안 businessman,
다른 친구는 그건 뭔가 정말 비지니스 하는 사람 같아서(?) office worker를 적는다 했고,
공항 근무하는 친구는 office 가 아닌 곳에서 일하니 airline staff라고 쓴다고.

그 날 들었던 가장 놀라운 대답은 ‘poet’
평소에 빈말이라곤 한마디도 안하는 무뚝뚝한 그의 반전 대답에 이유를 물으니, 그렇게 쓰면 추가 질문이 없다고 ^^

그 후로 나는 직업을 묻는 칸을 볼 때마다 ‘poet’이라고 쓸까 고민한다. ㅋㅋ

사실, 세관 당국은 우리나라건 해외건 우리의 직업에 관심 없다. 그저 출입국 할 때 어떤 불법의 가능성이 있는지,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사안이 있는지를 조사할 뿐이고, 기실 사전 조사는 우리가 그 서류를 내기 전에 이미 끝나 있다.

그러니, 직업난을 보며, 뭐라고 적어야할 지 길게 고민하거나, 소심하게 작은 글씨로 ‘housewife’라고 쓸 필요 없다.

자신있게 적자. POET이라고.
우리는 모두 잠재적인 시인의 본성이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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