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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신 Aug 17. 2024

요리코칭

절제라는 미덕을 강조하고 싶다.

 예전에는 요리책이 꽤 많았다. 요리 프로도 있었지만 집에서 해 먹을 반찬들을 상세히 설명한 레시피를 책으로 보곤 했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이나 다양한 요리프로가 있기 전에는 말이다. 특히 바쁜 일과 후 맞이하는 주말에는 자주 대형마트에 가서 장보기를 하며 가족 나들이를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장보기가 요리로 잘 이어지는 경험은 별로 없이 장보기와 요리는 별개가 되었던 시절들이 많았다.

원하는 요리들을 떠올리면서 대형마트를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장보고 집에 온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정신을 빼다 보면 냉장고에 장 본 재료를 정리하자마자 이미 기운이 소진돼서 뻗어버린다. 매번 장보기 할 때 즉석요리나 반조리식품을 같이 구입해서 쉽게 조리해 먹는 것이 그런 이유 중의 하나였다. 또한 바쁜 워킹맘이 지쳐서 집에 오면 가끔 배달 음식으로 버튼 터치를 하거나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다 보면 구입한 재료를 다 소진도 못하고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내가 조리사로 일을 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것들이 있다.


음식 재료 구입하기 전에 어떤 요리로 일주일을 구성할지 먼저 메뉴를 짠다.

일주일의 아침저녁 위주로 식단을 구성한다면 어떤 메뉴로 영양과 맛을 채울 수 있는지 가족의 기호와 비용을 고려해서 메뉴선정을 한다.

그러면 그 메뉴에 맞춰 일주일 장보기를 한다. 그 장보기에는 적정한 비용을 미리 정해서 그 안에서 재료 선택을 한다면 매번 알뜰하게 장보기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온라인 쇼핑을 하든 마트를 가든 본인의 상황에 맞게 장보기가 준비되면 전처리 과정을 갖는다.

조리사로 일하면서 경험하는 것 중 하나는 전처리 과정을 잘해 놓으면 요리가 훨씬 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야채 재료 손질과 고기 소분 그리고 각종 양념이 잘 정리 준비가 되면 이미 요리는 절반 이상을 끝낸 것이다. 이 전처리 된 재료를 담는 그릇을 미리 잘 세팅을 해서 냉장고에 잘 배치해서 둔다면 효율적으로 시간과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인 음식소비가 일어날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정하에 정리한 부분이다.

점점 사회생활을 많이 하게 되고 독립된 생활로 이어지는 2인이하 가족일 경우에는 많은 재료 구입은 오히려 낭비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때론 원하는 음식을 외식으로 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면 기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최애음식은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든지 냉장고에 있어 간단히 영양과 맛을 다 채울 수 있는 그런 비장의 무기들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는 잡곡밥을 지어 냉동실에 소분해 둔다. 일주일에 집에서 먹는 밥이 몇 번 안 되기에 밥솥에 밥을 보온해 둘 수가 없다. 그런 밥 외에도 내가 잘 챙겨 먹는 것은 당근 볶음이다. 올리브기름에 볶고 약간의 식초와 소금, 설탕으로 간을 한 당근은 닭 가슴살 볶음 요리와 함께 즐겨 먹는 메뉴 중의 하나이다. 그렇게 당근을 2개 정도 채 썰어 준비해 두면 필요할 때마다 쉽게 먹을 수 있어 영양과 맛을 다 잡을 수 있다. 또 만들기 쉬운 양배추 양파 조철임(물:간장:식초: 설탕을 끓여서 양배추 양파에 붓기만 하면 된다)은 새콤달콤 짭짤하게 간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늘 단백질을 빠지지 않고 먹으려 하기에 냉장고에는 그릭 요구르트나 견과류, 달걀 삶은 것과 육류등이 소분되어 있어 그때그때 간단히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예전처럼 찌개나 볶음요리를 잘하지 않는 이유는 음식을 과하게 만들어 놓으면 과식을 하거나 버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말 다양한 음식과 가게들이 많다. 만원에 5팩 하는 반찬가게부터 만원 이하의 한식뷔페, 그리고 반조리 무인상점까지 손쉽게 그때그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뿐 아니라 한 끼 식사를 햄버거나 분식 또는 국밥이나 중식 등으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다만 매번 그렇게 먹는 것이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건강상으로 그렇게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음식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매번 100퍼센트 가득 채우는 염분과 열량은 나의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절제라는 것을 통해 너무 배부르지 않게 먹고 낭비하지 않게 준비해서 소비하는 것은 건강으로 이어지는 균형을 이룰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점점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지 않으려 한다.

독립된 1인 가구들이 늘어난다.

개인의 취미와 즐거움을 더 선택하며 살고 싶어한다.

그렇게 원하는 수요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공간들이 생겨난다.

그 어떤 때보다 다양한 아이템의 가게들과 음식들이 유혹한다.

그렇게 먹고 즐기며 또한 몸짱을 원한다고 운동도 엄청 열심히 한다.

정말 돈과 시간이 많으면 다양하게 먹고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이 무한정 끌어당긴다.

하지만 절제가 필요하다.

삶의 지혜에는 절제가 있다.

때론 부족한 것이 지나친 것보다 낫다.

부족한 듯 장보고 모자란 듯 요리하고 아쉬운 듯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건강할 수 있다.

거창한 요리 코칭이라는 주제하에 글을 썼지만

지금의 나는 어떤 소비형태로 사는 지를 검검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요리코칭에 절제라는 미덕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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