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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신 Aug 24. 2024

여행 코칭

나의 여행은 나의 하루로 시작된다.

바짝 마른 얼굴에 핏기가 없는 그가 말한다.

손주들이 내 품에 쏙 들어와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 참 행복했다고.

그의 주변의 모습은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삶을 마감하는 호스피스 병동임을 알려주고 인터뷰 며칠 후에 그는 과호흡과 함께 가족이 있는 곳에서 거친 호흡을 멈춰버린다.

그렇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또렷이 말했던 그는 호흡하기에도 버거운 상태에서 차가운 존재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완벽한 하루라는 호스피스 명동에서의 임종 직전의 환자들에 대한 인터뷰 형식의 프로그램 중 한 장면이다. 코칭 워크숍으로 너무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TV에 나온 영상을 멍하게 보게 되었다.

하루 종일 웃고 즐겁게 삶을 나눈 하루가 너무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나 자신 앞에 그의 모습은 너무 낯설게 보였다. 몇 시간이 다르게 변하는 그의 상태가 우리도 언젠가는 피할 수 없다는 마음에 삶에 대한 마음이 더 경건히 와닿는다.

삶의 진실은 겹겹이 쌓인 곳에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특별하지도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마음이다.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살았는지가 마지막 그의 삶의 이야기인 것을 보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 성장과 성숙의 과정이 어느덧 마지막을 향하게 될 때가 있다. 그때는 초록과 같은 젊을 때일 수도 바짝 마른 늙은 잎과 같은 때일 수도 있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몰라도 우리는 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때가 온다는 것을 안다. 또한 내가 선택해서 오지는 않았지만 내가 선택하는 삶의 모습에서 우리는 희로애락을 느낀다. 슬픔이 있지만 기쁨도 있고 힘듦이 있지만 그것 또한 견딜만해서 살아가게 된다. 좋아 보이는 삶도 가까이서 들여보게 되면 그만큼의 대가 지불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느끼게 되어 어떤 삶이라도 그 안에서 자신이 최선과 긍정적인 면을 보고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질문이 떠오른다. 큰 그림에서 우리의 삶이 이 땅에서 잠시 머무르는 여행이라면 그 여행길 마지막에서

나 자신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지도를 펴 놓고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면 가고 싶은 곳들이 있다.

태국의 치앙마이, 인도와 네팔, 남미의 페루,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산티아고길, 몽골 그리고 우리나라의 울릉도와 독도는 꼭 가 봐야지 생각하곤 했다.

그 나라의 모습과 문화를 경험하고 싶고 느끼고 싶은 나의 욕구는 다른 이들의 간접체험으로 쌓아지다 어느새 나의 발길을 그곳에 들여놓게 한다. 그리고 가 본 후 느낀 것은 그곳의 풍경과 음식 그리고 분위기의 기억만큼 사람에 대한 기억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만나는 이들과 자신과의 만남은 새로운 곳에 대한 나의 설렘에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가봐서 좋다는 곳을 찾아가 봐도

내가 그곳에서 직접 느끼는 감정이 경치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곳은 그저 사진 속의 경치와 다르지 않다. 삶도 다른 이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가도

내가 그것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공허해진다.


얼마 전 갔다 온 몽골이라는 곳도 그곳에 대한 의식주에 대한 기억보다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더 깊었다.

그들의 경치 안에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었더라면

그 여행은 그냥 휴양지로 떠난 휴식이다.

먹고 마시고 쉬는 것에만 집중된 이야기이다.

삶은 이처럼 휴식도 필요하지만 삶 가운데에는 이야기가 있다.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관계의 이야기이다.

그것을 여행이라  표현하고 싶다.


여행 코칭이라는 거창한 제목 아래 잔잔한 소제목이 붙여진다.

'나의 여행은 나의 하루로 시작된다.'


지금 이곳에서의 배경은 늘 같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나 자신과 다른 이들과의 새로운 관계 모습이

나의 이야기를 변화시킨다. 내가 달라지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변하니 지금의 이곳은 새로운 여행지가 된다. 그렇게 변화지 못한 이전의 내가 향했던 그 나라들에서의 휴양을 이제는 이곳에서 여행으로 바꿔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늘 다른 배경이지만 그 안의 나와 사람들이 늘 같은 모습이라면 이야기는 늘 고정될 것이다.

하지만 같은 배경이지만 그 안의 나와 사람들이 늘 다른 표정과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이야기로 역동적인 모습을 게 될 것이다.

오늘의 하루가 같아 보여도 늘 같지 않는 이유는

다른 것을 느끼고 관계가 변화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내 주변에 가까운 이들과 나는 어떻게 지낼까


내 마지막 순간에  이 세상에서의 모습을 어떻게 떠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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