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또 한 뼘 성장하고 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대학원 졸업, 첫 취직, 예상치 못한 권고사직, 그리고 새로운 직장에서의 새로운 시작.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 저는 현재의 직장에서 일한 지 1년 반이 되어갑니다. 전공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할 순 없어도, 이제는 업무에 익숙해졌고, 동료들과 토론하고 협업하며 독일 직장인으로서의 자리도 점차 잡혀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업무의 시작과 함께,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새로운 시작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2024년 2월, 감사하게도 저희 부부에게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8년간 둘이서 함께한 시간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이제 우리는 셋이 되었습니다. 마흔의 나이에 아빠가 되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맞는 만큼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임신 소식을 들은 그날부터 맥주를 끊었고, 육아서적을 읽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열심히 ‘아빠 수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시죠. 이론과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책도 보고, 경험담도 들었지만, 막상 현실은 너무도 낯설고 서툴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의 출산 순간은 제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태어난 시간, 몸무게, 분위기까지 생생히 기억납니다. 아빠가 된다는 건, 그렇게 하나씩 새겨지며 시작되는 것이더군요.
하지만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컸던 걸까요? 10년 가까운 독일 생활에서 한 번도 없었던 실수, 열쇠를 집 안에 두고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도 집주인께서 스페어키를 갖고 계셨고, 큰 문제없이 해결되었지만, 그만큼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반증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아내와 아기가 퇴원하던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였고, 남은 국을 다시 데우다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주방을 가득 메운 연기, 새까맣게 타버린 냄비.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 밖에도, 임산부용 미역국이 따로 있는 줄도 몰랐던 철없는 남편 이야기, 삼계탕이 먹고 싶다는 아내에게 한 번도 해주지 못한 이야기, 산후 10일도 안 된 아내에게 병원 동행을 고집하다가 혼쭐이 났던 이야기 등, 초보 아빠로서의 크고 작은 실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독일생활기보다 몇 배는 더 ‘우당탕탕’했던 육아일기. 둘에서 셋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매일같이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지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써지고 있습니다.
결혼도, 출산도, 이제는 더 이상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저희 부부 역시 공부와 커리어를 우선시했고, 늦은 나이에 부모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누구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저의 독일 이야기, 그리고 그 길고도 다사다난했던 여정의 끝에 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포함되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육아의 이야기는, 얼핏 보면 제가 지금까지 전해온 메시지들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도전할 용기.
스스로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걷는 자세.
매일을 쌓아가는 꾸준함의 힘.
제가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들의 끝에 전해드리고자 노력했던 세 가지 메시지입니다.
사실, 외국 땅에서 이방인으로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또 다른 큰 도전입니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여전히 느끼는 불안, 부모로서의 책임, 그리고 그 안에서 매일 조금씩 성장해 가는 나 자신. 이 또한, 제 삶에서 선택한 새로운 시작이자, 두려움 너머의 기쁨입니다.
또한, 저의 육아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일을 배워가듯, 육아도 매일의 경험과 실수가 쌓여 저를 부모로 만들어 줍니다. 아이를 안는 것도,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분유를 타는 것도 서툴렀던 제가, 이제는 와이프 없이도 혼자 밥을 챙기고 재우고 놀아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부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전했고, 선택했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둘에서 셋이 되어, 또 한 뼘 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