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

참고, 굉장히 주관적인 시선임.

by 꽉형 헤어곽

아빠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감사하고, 기적과도 같은 순간일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아가가 태어나던 그 순간, 첫 울음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그 분만실의 분위기 하나하나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저는 아빠가 되었죠. 그것도 한국에서 머나먼 외국, 독일에서요.

그럼, 독일에서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에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아직 1년 하고 6개월. 딱 18개월 아빠로 지내온 초보아빠지만, 제가 느낀 그 장점에 대해서, 그리고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제가 그동안 드렸던 메시지와는 다른 결로, 지금까지의 저의 독일생활을 되돌아보며, 하나의 이정표였던 그 이야기에 대해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이는 저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객관적인 사실도 있지만, 제 주관적인 입장이 다분하다는 점 이해하셔야 합니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 꼭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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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실질적으로 가장 와닿는 장점은 탄력근무제입니다. 물론 업종에 따라서 천차만별일 수도 있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분야는 중요한 미팅이 있다거나, 현장에 가야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업무가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리고 미팅은 보통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에는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에 큰 제약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10시부터 16시를 기점으로 이른 시간에 출근해서 16시에 퇴근을 하거나, 10시에 출근을 해서 늦게 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 아이의 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 어린이집 행사 등도 쉽게 참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장점인 탄력근무제와 비슷한 결로, 근무시간의 유연성이 큰 장점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38시간으로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하루 8시간씩, 그리고 금요일은 6시간으로 책정이 되어 주 5일제에 38시간이죠. 8-8-8-8-6 이라는 근무시간도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특히나 더 유용한 점은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월요일에 6시간밖에 일을 하지 못했다면, 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1시간씩 더 일을 해서 부족한 2시간을 보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장점, 탄력근무제와 근무시간의 유언성은 같다고 보면 같은 내용이지만, 다르게 보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때문에 이 두 가지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개인시간도 더욱 충분히 가지고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일적으로도 뒤처지지 않고 맡은 바 업무를 잘 해결하는 직장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장점은 직원들의 인식과 시선입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 독일로 나온 지 어언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렇기에 제가 나올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지금의 그것이 얼마나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육아 휴직을 포함해 여러 가지 제도들이 현저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여전히 출산과 육아휴직, 그리고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직원들의 시선, 특히 윗선에서 바라보는 시선일 것입니다. 그 때문에 육아휴직을 선택하더라도 내 자리가 언제까지 남아있을지 모를 불안감, 그리고 내 일을 떠맡아서 일을 해야 할 다른 직원들의 눈치가 보이게 마련이죠. 마찬가지로 남은 직원들도 같은 이유로 내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육아 휴직, 육아로 인한 여러 가지 이벤트들에 대해서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줍니다. 이러한 사내 문화는 육아를 함께하는 아빠들에게 있어서 큰 힘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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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아빠들을 위한 공동체 및 모임이 여럿 존재하는 것입니다. 아빠의 육아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사회적 시선이 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회 시스템에서도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KITA 및 Krippe,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면담과 활동 참여 등이 아빠에게도 열려 있고 자연스럽습니다. 일부 단체에서는 아빠들만의 부모모임을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회 여러 단체에서도 아빠들을 위한 모임이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도시에서도 Väterfrüstück이라고 해서 아빠들을 위한 모임이 월초마다 열립니다. 해당 모임을 직역하면 „아빠들의 아침식사“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매월 첫째 토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진행됩니다. 5 EURO의 소액의 참여비가 있기는 하지만, 함께 아침을 먹으며 다른 아빠들과 육아 이야기를 비롯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있어서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모임은 도시마다 다양하게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중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가장 먼저 언급한 워라벨을 위한 탄력근무제와 근무시간의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독일에서 육아를 하는 이유가 충분해지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듣거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접하는 이야기 중에는 아이가 잠에서 깨기 전에 출근을 하고, 아이가 잠에 든 이후에 퇴근을 하기에 평일에는 아이가 깨어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기 힘들기도 하다고 하죠. 과장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에 반해, 아이가 깬 이후 시간을 함께 보내다가 출근을 할 수 있고, 퇴근 후에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정말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를 위해서도, 와이프를 위해서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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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독일에서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에 단점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언어의 장벽과 문화 적응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꽤나 오랜 시간 살아온 저에게도 종종 언어에서 오는 장벽이 존재합니다. 이제 갓 독일로 나왔거나 아직 유창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언어의 장벽은 사실 가장 큰 담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더불어, 외조부나 형제 등 가족 육아 지원망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한국에 비해 가족 돌봄 네트워크의 부재는 때로는 실질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힘들게도 합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등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라도 하면 도움을 받을 사람이,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실질적 문제를 넘어 큰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렇듯 독일에서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이 한국에서 아빠로 살아가는 것에 비해서 전적으로 장점만이 존재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독일에서 아빠로 살아가는 것을 스스로 선택을 하였고,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후회하지 않고, 아이와 와이프와 함께 세 가족이 즐거운 하루하루를 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 지내든, 어디에서 생활을 하든, 여러분의 하루하루에도 슬픔보다는 기쁨이, 화나는 일보다는 기쁜 일이, 불행한 기억보다는 행복한 기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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