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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느까 Sep 21. 2024

6화. 숙이네 가족이 다섯이 된 사연

좌충우돌 세 아이 육아기


지난여름 어느 날 초저녁.


셋째가 엎드린 채로 잠들어 있길래 선풍기를 켜주려고 그 앞을 지나가다가 그만 아이 손을 밟았습니다.


뿌앵~


막내가 우는소리에 첫째와 둘째가 달려옵니다.


셋째는 눈을 감은 채로 울고 있습니다.

(잠결에 손을 밟혔으니 꿈자리가 사나웠을 듯)


아이 손을 보니 검지 끝에 살갗이 벗겨져 있습니다.


아이고, 얼마나 아팠을까요.


깨어 있었더라면 당장에 "아빠, 나빠!" 했을 테지만 비몽사몽이라 아프단 소리도 못하고 울기만 니다.

(정말이지 'ㅠㅠ'를 사용하고 싶군요)


그 와중에 첫째와 둘째는 "애숙이 왜 그래?", "엄마, 아빠가 애숙이 밟았어!"라며 호들갑입니다.


아빠는 순식간에 악당이 됐습니다. (-,.-)


한편, '애숙이'는 누굴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첫째와 둘째 초등학생 시절 O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방과 후' 선생님이 있었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 이름 뒤에 '숙' 자를 넣어 부르는 게 유행이었답니다.


아이 셋이 같은 학교에 다녔으니 셋 다 아는 선생님이었다네요.


어쨌든 첫째는 막내가 '형아' 발음이 잘 되지 않아 '항아'로 부르다가 '항숙이'가 됐고,


둘째는 '윤숙이'가 재미없었던지 얼굴이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도우너 닮았다고 하여 '도숙이',


막내는 첫째와 둘째가 아기를 '애기'라 하다 보니 '애숙이'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엄마는 '엄숙이', 아빠는 '아숙이'고요. (^0^;;)


이 '숙이' 놀이가 상당히 오래갑니다.


큰아이가 고1 2학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저들끼리 아직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물론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 이름을 부릅니다.


다 '귀한' 이름인데 엄마 아빠라도 많이 불러줘야죠.


아이들 이름은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작명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첫째는 제가 직접 이름 지어 그 선생님에게 '좋다'라는 감명을 받았고, 둘째는 10만 원을 주고 작명받았고, 셋째는 같은 카페 이벤트에 도전해서 미션을 수행한 대가로 작명받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이름이 있는데도 아이들은 별칭을 지어 부르기 좋아하네요.


한데 난데없는 숙이네 가족이 되었더라도 아이들의 우애 있는 모습은 보기가 좋습니다.


참, 막내는 그 길로 잠이 새서 자정 넘어까지 놀다가 잤답니다.


방학이었으니 망정이지 밤샐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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