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세 아이 육아기
"아빠는 만날 폰 보면서!"
대충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휴대폰으로 육아에 고충을 겪는 아빠 중 한 사람입니다.
집에는 애초 TV도 없었고, 아이들한테 스마트폰도 사 주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책으로 사람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이었는데, 이러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바보나 왕따가 되겠다는 아내의 호령에 무너졌습니다.
한마디로 큰아이 때부터 시도해 온 책 육아는 실패였습니다.
중3 2학기 때 그간 잘 버텨오던 옹고집을 꺾고 무슨 마음으로 큰아이에게 폰을 사 줬는지 아빠 자신도 잘 모릅니다.
아마 사춘기 정점에서 '폰 없는 아이'로 전락하여 친구들 사이마저 금이 가거나 외톨이 아닌 외톨이가 된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어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 후로 큰아이는 봇물 터지듯 게임에 빠져들었고, 둘째와 셋째도 책보다는 TV나 큰아이가 하는 폰 게임에 더 열광했습니다.
//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IT 기술 개발에 혈안이면서도 비인간화를 우려하여 자기 자식들한테는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습니다.
아무런 규제 없이 상품 판매에만 열 올리는 이 나라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죠. //
아이들에게 '아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책 읽는 사람'이 돼 보이려고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눈 뜨자마자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야 했습니다.
누운 채로 이웃분이 쓴 새 글 확인하는 길이었는데, 웬일로 일찍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쌩하니 복도를 가로지르던 막내 아이가 한 말입니다.
"아빠는 만날 폰 보면서!"
'아빠도'라고 하지 않은 것은 자기는 폰이 없다는 항변일까요, '폰만 보는' 아빠에게 울리는 경종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