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의 휴직 기간을 가지면서 여름, 가을, 겨울, 봄의 계절을 살펴보았다. 늘 있었지만, 그냥 지나쳐 버렸던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느껴보면서 우리의 삶도 사계절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의식도 사라졌다. 나보다 잘되고, 성공하고, 좋은 집에 사는 것 같고, 건강해 보이고, 멋져 보이는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 자신의 삶이 있는 것이다.
지난날의 삶에서 내가 경험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그것을 온전히 수용해 나가고 있다. 그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희망은 여전히 있다. 아직 기회는 메마르지 않았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안다. 이전에는 놓쳤고, 소중한지 몰랐지만, 이제는 경험했기에 지금 남겨진 시간을 소중히 다룰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생긴 작은 성취도 이제는 기쁘게 받아들일 것 같다.
딸의 귀여운 애교와 투정, 떼씀, 아들의 말을 배우는 몸짓과 모르는 글자를 더듬어 읽어보려는 것들, 아내의 직장생활에서의 힘듦에 대한 표현들, 아는 지인 선생님의 논문 때문에 힘들어 불안한 모습들, 집 뒤 언덕과 같은 산의 짧은 산책,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이름 모를 새소리들. 내가 잡을 수 없는 찰나 찰나이지만, 음미하면 향기롭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수많은 하루가 모여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나는 그 하루하루를 좀 더 잘 느끼고, 나답게 살고 싶다. 나답다는 것은 오랜 성찰과 글을 쓰면서 마음속에서 정리되었다. 즉, 내 안의 큰 힘과 대화하며 늘 깨어있으려 하며, 이 세상에 주어진 내 역할을 충실히 살아서 나와 이웃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제 삶의 목표를 매일 실천하며, 오늘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 진다. 내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나는 들었고, 나는 그 음성을 존중하며 매일의 삶을 바쳐야 한다. 이는 내 안에서 들어오는 목소리의 명령, 부름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범죄사건을 살펴보면서 내가 언제 죽거나 뜻하지 않게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늙어가는 내 신체조건을 보면서, 세상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짐을 느끼면서 나는 더 내 안의 목소리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갇혀 있는 시·공간의 직장생활에서 나는 하루 15분 혁명을 실천하고 있다. 15분은 하루 24시간 중 1% 정도 되는 시간이다.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지나갈 시간이지만 15분을 내 인생의 변화에 초대하면 값질 것이다. TV를 보면 늦은 나이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분들이 방영된다. 어린 시절 학업을 할 수 없어 한글을 배우거나, 60이 넘어 대학교에 들어가거나, 늦은 나이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유명한 미술가가 된 노인들의 이야기가 늘 펼쳐진다.
늦은 것은 없다. 내가 관심만 가지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키워나가고 싶은 것을 시작하면 될 뿐이다. 여유가 있을 때를 기다리기보다 내 가슴이 원하는 것을 시작해 보면 된다. 해야 하는데 하면서 하지 않는 것은 머리가 시키는 것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요건이나 내가 진정 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우선 내려놓고, 내 가슴이 시키는 것을 꾸준히 해 보자. 내 삶에서 이것을 하지 않으면 후회될 것을 아주 오늘 하루 한번 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나 자신을 위해 15분 투자한다.
이전에 법륜스님의 정토회를 다니며 수행하면서 수계(법명:선덕)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수행의 지침이 무조건 하는 것이다. 장례식장에서나, 출장에서나, 어디에서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한번 해 보았다. 삶의 우선순위에 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내 삶은 늘 바쁘고 해야 할 일은 많을 수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하루에 15분, 자기 혁명 실천이다. 처음에는 한 개에서 시작해 2, 3개 최근에는 4개까지 늘려나갔다. 어느 정도 스스로 성과나 만족이 있으면 다른 것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 나는 나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고, 내가 정말 원하고, 해 보고 싶은 것이 분명해진다. 비싼 돈을 내며, 새로운 취미를 가지는 것보다, 소소하게 시작해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도움이 많이 된다. 내가 하는 것은 15분 명상이다. 아침에 일어나 1번 할 때가 가장 많다. 이 시간은 내가 누구의 방해도 없이 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잠을 조금 줄인다면 해낼 수 있는 시간이다. 회사에서도 집중력 있게 업무를 추진하면 15분이라는 시간을 낼 수 있다. 만약 그 시간도 내기에 바쁘다면 퇴근길, 그것도 힘들다면 자기 전에 할 수 있다. 이것은 실패할 수 없는 수행이다. 이때가 아니면 저 시간에 미루어야지가 아닌 매 순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아무리 바빠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15분 명상을 했다. 그 과정에 내 마음의 미루는 습관을 다잡을 수 있었다. 명상도 도움이 되지만 나의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있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해내는 자신감도 얻었다. 그다음 했던 것은 15분 글 읽기, 15분 운동하기, 15분 음악 듣기, 15분 자녀와 시간 보내기, 15분 하루 정리하기 등이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15분 자녀와 시간 보내기이다. 내가 15분을 정했지만, 아이들은 15분 이상을 늘 놀아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더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피곤하거나 회사 업무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집에 와서 끝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오는 불편감이 있다. 이때 내 안에 올라오는 불편감보다,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또다시 느껴본다. 늘 내 뜻대로 삶이 흘러야 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또한, 그러한 것에 저항하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을 연습하다 보면 좀 더 즐겁게 현재의 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내가 하는 15분 자기 혁명 중,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하루의 정리 15분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가 어떠했는지 반추하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면서 생각한다. 오늘 나에게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었나? 나의 취약요인을 건드렸던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어떻게 그것을 다루었는가? 오늘 나는 내 본성대로 잘 살아왔고,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는가? 어떤 것은 아쉽거나, 미진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도 있고, 나를 뿌듯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찰나이다. 잘 된 것이든 안 된 것이든, 돌이킬 수 없고, 그 결과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잠자리에서 나는 눈을 감는다. 내일 다시 눈을 떴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며 나는 따뜻한 이불속에서 사랑하는 아내의 품 안에서 잠이 들 것이다. 이러한 평화가 내일도 이어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금은 성장한 나를 믿어본다. 운이 좋으면 나는 눈을 뜰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히 성실히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