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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조이 Sep 11. 2023

쿨한 척하지 않습니다.

계산은 그 자리에서 끝내는 걸로, 다음의 여지는 남기지 않는 쪽으로 

  늘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친구나 지인들에게 '그 사람은 참 멋져'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옷도 차려입고 무엇보다 쩨쩨해지지 않으려 노력했지요. 그렇게 지향하다 보니 어느덧 후배들이 '선생님처럼 나이 들고 싶어요.' 하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해줍니다. 주변에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후배들 앞에서 더 너그럽고 쿨한 어른이 되고 싶어 집니다.


 가깝게 지내던 후배 몇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고 어울려 술을 마셨습니다. 처음 몇 번은 정말 기분 좋게 밥도 사고 술도 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당연하게 계산대 뒤에 서 있는 모습, 시늉으로라도 계산할 마음이 없는 것을 보니 괘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나이에 대한 자조와 폄하가 섞인 그 말에 저는 전혀 동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후배들과의 저녁모임, 드디어 n분의 1을 외쳤습니다. 속이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까짓것' 하고 사줄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젊음보다 돈 많으면 뭐? 나이 많다고 나이를 나눠가는 것도 아니잖아. 같은 성인이니 같이 내자고.' 다행히 후배들은 n분의 1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기분 좋은 시간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멋있는 척하고 속이 쓰린 것보다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진심 쿨한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저는 해주면 바라게 됩니다.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먼저 잘해줘 놓고 시간이 지나면 돌려받지 못한 것에 마음 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계산은 그 자리에서 끝내는 걸로, 다음의 여지는 남기지 않는 쪽으로 합니다. 


  이제 마음 좋은 척, 아량 있 척하는 대신 내가 싫으면 일단 멈춥니다. 멋있는 사람이 되려고 무리하지  않도록 잠시 스톱합니다. 잠시 스톱만 해도 마음과는 다른 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멈추고 솔직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여유가 생깁니다.


  쿨하고 멋있는 어른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습니다. 멋있게 연출된 차가운 쿨보다 온도 있는 나의 속마음에 솔직해지는 편이 더 용기 있고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아니라 나에게 멋진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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