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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Jun 10. 2023

개가 죽어서요.

들어가며

2014년 11월 30일-2023년 4월 15일.


사람도 살기 힘든 시대입니다.

잘 압니다.

제가 슬픔과 죄책감으로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버티려, 강남 근처로 알바를 하러 다닙니다.

수면제를 먹는 것보다는 일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인 일이니까요.

그럴 때 가끔 지하보도를 보면 노숙자들이 잠들어 있곤 합니다.

그 길을 건너, 강남역을 지나면, 여지없이 아이들이 술에 취해 있고, 비틀 거리며 걷곤 하죠.

괜찮습니다. 저도 젊을 때 한 시절 그러한 시간들이 있었고, 당연하지 않나요?

그래서 다 괜찮아 보이고, 건강해 보입니다.

노숙자이건, 젊은 아이들이건.


그래요. 다들 힘듭니다.

그런데 개가 죽어서 모.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우리보다 옛 어르신들은 개를 잡아먹기도 하고, 먹기 위해 줄에 매달아 불에 털을 그슬리기도 하는 걸 저도 어릴 때 봤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생명은 모두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살아 있고, 아픔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존재이니까요.


9년 동안 나의 아이였고, 이렇게 모자란 제게 항상 힘이 되어 주었던 아이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건, 기억하고 싶어서입니다.


얼마나 예뻤고, 아이와 보낸 그지없이 행복한 순간들을 행여나 놓쳤을까 봐 기억하고 싶어서요.

아이의 인생과 저의 인생이 다르지만, 행여나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차피 저도 죽을 거라서요.

다만, 시간의 시차가 있을 뿐.


고마웠던 아이에 대한 글을 

누구 하나 읽어 주지 않아도, 적어도 제 아들은 읽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이름은 대박이입니다.

처음부터 대박이였어요. 놀라웠습니다.

착하고 순하고 그러나 확실한 아이였습니다.

이제 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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