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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소풍 Feb 25. 2024

태평양 어디쯤에 있는 부모 6

2.14(수) The  Huntington

아이들은 학기중이라 계속 수업을 듣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우리는 헌팅턴을 방문했다. 나라별 정원들.갤러리들, 초기 도서관이 있는 곳으로 꽤 넓고 가 볼만한 곳이다. 빽빽한 주차장을 한참을 돌아 차를 세우고 매표를 한 뒤 가이드설명을 들었다. 캘리에 있는 디즈니 랜드보다도 넓고 특히 중국정원은 본토를 제외한 중국정원중에 제일 넓다고 한다. 큰 연못주위로 아기자기한 정자들과 복도식 나무 데크길, 작은 폭포와 특유의 중국의 출입문들이 인상적이었다. 곳곳에 약용식물 키우는 텃밭도 중국스러웠다. 일본정원, 어린이 식물원을 거쳐 유럽정원, 꽃피면 더 예뻤을 장미정원도 산책하기에 좋았다. 


특히 사막정원은 사막에 사는 온갖 종류의 선인장들과 식물들이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쉴새없이 지저귀는 맑은 새소리는 산책하는데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1600년대부터 꾸며진 예술품들과 그림, 도서관을 둘러보니 우리나라는 그 동안 뭐했나 싶기도 했다.끊임없는 외세의 침략과 쇄국정책 등으로 문명발달에 뒤처진건 당연했다. 갤러리에는 여기 저기 대형 초상화들이 많았다. 항상 느끼는 건데 인물들의 이목구비와 옷차림들이 어쩌면 저렇게 사실적인지 감탄하게 된다. "저 여자는 어때? 이상형은 좀 찾았어?" 하며 남편에게 짖궂게  묻는다. 

어린이 식물원

우리는 티키타카가 꽤 잘 맞는 편이라 둘이서도 잘 논다. 아이들도 아빠엄마의 티키타카를 꽤 좋아한다. 사이좋은 부모가 당연한 줄만 알았던 애들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게서 가끔  부러움을 산다고 한다.오후 내내 멋지고 한적한 시간을 보냈다 .LA에 온다면 꼭 추천하고픈 장소다. 문제는 트래픽. 얼바인에 약속이 있어 가야하는데 귀성길만큼 차가 밀린다. 이 트래픽으로 게티뮤지엄 일정도(워낙 자주가고 좋아핸던 장소), 죠슈아국립공원도 우리는 결국 포기했다.

남편이 지인 모임에 와인을 해서 지호와 차를 탁고 픽업을 갔다. 어리게만 보였던 지호가 이제는 아빠를 태우러 가는 아들이 되었다. 한국에선 고작 23살인 지호.


한창 부모의 케어를 받으며 놀고 공부만 해도 부족한 시기에 이 아이는 혼자 삶을 꾸려간다. 약간의 용돈과 알바로 의식주도 스스로 해결하고 각종 세금과 공과금.자동차 관리까지 해내며 혼자 해내는게 조금은 힘들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게다가 중간에 편입을 해서 전공 관련한 기존 클럽 활동이나 교수님과의 관계를 끼어드는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주번에 있는 친구들 중에는 집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미국에 부모가 있어서 이런저런 실질적 도움도 많이 받나보다. 

짪은 2년 동안 훌쩍 어른이 되었다. 마음이 안쓰럽고 짠했다. 엄마가 속상해할까봐  많이 배우고 훈련도 되어서 좋았다고 이야기를 덧붙인다. 지금이 부모가 곁에서 도움줄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텐데 어떻게든 아이 옆에  있고 싶은 잠자던 마음이 다시 불쑥 솟구쳤다.

공부만하고 직장 구하기도 녹록지 않을텐데 일상 생활까지 해야하니 옆에서 밥하고 빨래라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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