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by 혜랑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그 마음을 의심하게 되면 진심을 알게 되더라도 상처로 남는다. 의심했던 자신이 못나 보이고, 의심받은 상대방은 절망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믿는 것은 불가능해서 우리 삶은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한다. 의심할 수 없는 게 우리 삶이라면 의심을 통해 더 풍요로운 길로 나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가까이 있는 존재, 가장 믿었던 존재를 의심했던 대표적인 인물로 예수님의 제자 도마가 유명하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손으로 직접 보고 만져봐야만 믿겠다고 말한 인물이다. 도마가 예수를 만나 못박힌 손과 창에 찔린 옆구리를 직접 확인했을 때, 예수님은 실망하고 책망하기보다 도마의 의심이 풀릴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덕분에 도마는 더 큰 믿음으로 예수를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할 수 있었다. 도마는 예수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망설이는 다른 제자들과 달리,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고 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도마의 의심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믿음을 확고히 하고 싶은 간절함은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예수님도 도마의 의심을 미워하지 않았으리라.


의심이 더 큰 믿음과 진리로 이끈 사례는 수없이 많다. 천동설이 지배적이던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기존의 지식체계를 이성적으로 의심하여 진리를 찾고자 했던 근대철학의 시조 데카르트와 이후 많은 철학자, 과학자, 사회학자들, 그리고 지배자들과 지배언론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을 찾고자 했던 수많은 인물은 의심의 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냈다.


그런데도 나는 사람 간에는 의심보다 신뢰가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뢰가 없는 관계는 처음부터 성립하기 힘들고 유지할 수도 없다. 인도의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는 ‘사람의 동기를 의심하는 순간 그의 모든 행동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런 경험이 있는 나로선 너무 공감되는 말이다. 의심보다는 신뢰가 먼저라야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용기도 생기고, 의심받은 사람도 적극적으로 해명할 이유가 생기는 법이다. 행여 의심이 나를 속이더라도 신뢰했던 자신만은 사랑할 수는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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