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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마몬 Oct 24. 2024

23 그들의 에필로그 : 괜찮을거야


“진짜 서핑을 할 거야?” 

“해야지. 그러려고 여기까지 왔잖아.” 

“넘어지면 어떻게 해. 짠물을 잔뜩 먹게 될 거야.” 

“죽는 것도 아닌데 뭘. 넌 걱정이 많아서 탈이야.” 


재이가 희수를 바라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희수의 표정이 두려움과 걱정으로 우스꽝스럽게 변해 있었다. 서핑을 하러 양양까지 오는 내내 희수는 상어와 해양 사고와 날씨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았다. 희수의 걱정과 달리 바다 위에는 눈이 부실만큼 쨍쨍한 해가 떠올라 있었다.  


희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재이의 손을 잡고 해수욕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저 멀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안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성수기의 양양은 사람이 반, 갈매기가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갑자기 걸어가던 희수가 발을 멈춘 것은 재이가 서핑 용품을 빌릴 수 있는 대여 업체를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있을 때였다. 희수가 해수욕장 한 가운데를 응시했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로. 재이는 희수가 바라보고 있는 해수욕장 부근으로 눈을 돌렸다. 그 곳에는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커플이 모래사장을 걸어가고 있었다. 세미 정장을 입은 남자와 하와이안 바지를 입은 여자였다. 재이는 곧 커플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재이의 입에도 미세한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여자가 바닷물에 손을 담근 후, 장난스럽게 남자에게 물을 튀겼다. 남자가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셔츠에 묻은 바닷물을 털어냈다. 이내 남자는 표정을 풀고 똑같이 바닷물에 손을 담갔다 빼며 여자에게 물을 튀겼다. 두 커플은 유치하게 서로에게 물을 튀기는 놀이를 하다가 몸을 일으켜 다시 손을 맞잡고 해변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재이는 이 모든 광경을 잃어버리지 않고 마음에 담아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희극인지 비극인지 모를 일이 몰아쳐 이 순간이 바다의 모래만큼 잘게 부서져 사라진다고 해도, 따뜻한 햇살과 짭짤한 냄새까지는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언젠가 다 괜찮아질 것이니까. 다 제자리를 찾아 돌아갈 것이니까.  


재이와 희수는 커플의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천천히 손을 잡고 서핑 용품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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