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담임이 1학년을 가르칠 때 벌어지는 일(1)

오 마이 갓 1학년!

by 다이앤선생님

1. 1학년 여러분, 이런 질문은 처음 들어봅니다만...


6학년 담임만 수년째 맡고 있다. 나와 같은 고학년 담당 전문 교사(?)에게 1학년은 상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 같은 존재이다. 가끔 본 적은 있으나 직접 가르쳐 본 적이 없어 항상 베일에 싸여있는 신비로운 아이들이랄까.

그런데 가끔 몇 년에 한 번씩 6학년 담임교사에게도 1학년을 가르쳐볼 기회가 오곤 한다. 1학년 담임선생님께서 병가를 내거나 코로나로 인해 공가를 내서 담임 자리가 비어있을 때, 그때 바로 1학년을 영접하게 되는 것이다.



뚜벅뚜벅. 부푼 마음을 안고 1-5반 교실 문을 드르륵 열었다.

"오잉? 누구세요?"

조그맣고 귀여운 1학년 학생들이 처음 보는 선생님 앞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구를 떠나가라 웅성거리던 6학년만 대하다가 병아리처럼 쫑알대는 1학년 아이들을 만나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마 6학년이었다면 지금쯤 탁상용 차임벨을 여덟 번쯤 두드리면서 조용히 하라고 다섯 번은 소리 질렀을 것이다.

"어... 애들아 안녕, 나는 6학년 선생님이야."

아이들은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새로 온 선생님 앞에서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장난기 가득한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남자예요, 여자예요?"

"응? 뭐, 뭐라고?"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귓구멍을 후비적했다. 하지만 아이는 한번 더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물었다.

"선생님은... 여자야...."

아이의 황당한 질문에 설마 내가 남자로 보이는가 싶어 손거울을 흘끔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여자처럼 보이는 게 확실했다. 곧이어 다른 아이가 손을 들고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몇 살이에요?"

이번엔 흔한 질문이었다. 6학년 아이들도 나를 처음 만나면 꼭 나이를 물어봤다. 나이를 밝히기 싫었던 나는 평소 하던 대로 답했다.

"100살이야."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100살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끈질기게 취조하는 학생에게는 20살이라고 받아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신비로운 1학년님들의 반응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를 100살로 인정했다. 나는 또다시 손거울을 들어 얼굴을 흘끔 확인했다.

'이럴 수가. 내가 진짜 나이 들어 보이는 건가!'

내 눈에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새로 온 선생님에게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책상 위에 있던 색종이를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K.O. 펀치 게임 끝.

6학년 담임은 첫인상에서 1학년에게 밀리고 말았다.






2. 바다 쓰기는 어려워.


1교시는 국어시간이었다. 나는 1학년 국어책을 펼쳤다. 진도 나갈 페이지를 확인하고, 앞 뒷장을 훑어본 뒤, 1분 만에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넘겨봤다.

'허... 이게 다인가?'

교과서를 높게 들고 다시 한번 빠르게 넘겨봤다. 빽빽한 국어 교과서만 보던 6학년 교사였기에 이것이 진정 국어 교과서가 맞는지 싶어 한참을 요리조리 살펴봤다.

'음... 이걸 한 시간 내내 가르치라는 건가.'

3분 안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국어 교과서를 붙잡고 고민에 빠졌다. 도무지 아이들의 수준이 어떤지 감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3쪽만 스스로 풀고 검사를 맡으러 오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기만 검사를 맡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며 교과서를 풀었다. 하품을 하며 반쯤 엎드려 있을 6학년에 비하면 기특하고 훌륭한 아이들이었다.

곧이어 아이들이 검사를 맡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이 가져온 국어책을 빠르게 채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쓴 문장에서 틀린 맞춤법이 눈에 들어왔다.


'곶감'을 '좆감'으로 쓴다던지,

'마카롱'을 '막하론'으로 쓴다던지,

'신발'을 '시발'이라고 쓴다던지,

'꽃밭'을 '컵밥'이라고 쓴다던지

'보라매 공원'을 '볼 암에 공원'이라고 쓴다던지....


나는 물을 마시다가 틀린 맞춤법을 보고 웃겨서 책상에 물을 뿜어버렸다.



K.O. 펀치 게임 끝.

6학년 담임은 1교시도 1학년에게 밀리고 말았다.






2교시 부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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