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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May 12. 2021

다들 간식 상자 하나쯤은 갖고 계시죠?

교단일기(5)- 간식을 쟁여둘 때 느껴지는 뿌듯함

1. 직장에서 간식 없으면 무슨 힘으로 일하나.


여느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대부분의 교사들은 믹스 커피 한잔으로 오전 근무를 시작한다. 그래서 각 학년 교과 연구실 탁자에는 온갖 종류의 커피와 차가 예쁘게 나열되어 있다. 캐러멜 마끼아또, 카페라테, 바닐라라테, 율무차, 맥심 커피, 홍차 등 달콤한 음료가 나를 향해 손짓한다. 비록 나는 커피를 끊었지만 향긋한 커피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한편에는 생수 박스가 쌓여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학교 공용 정수기 사용이 금지된 후로 교사들은 생수를 사 먹고 있다. 나는 특히 물을 많이 먹는 편이라 공용 생수를 먹기 미안해서 따로 생수를 배달시켜 먹고 있다. 대략 한 달에 500mL 생수 60개 정도를 마시는데 매달 나가는 생수값도 아깝고, 미세 플라스틱이 걱정되고,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얼른 공용정수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연구실 탁자 및 서랍을 열면 간식 상자가 있다. 다이제, 에이스, 몽쉘과 같은 과자가 얼굴을 내민다. 커피뿐만 아니라 밀가루도 싹 다 끊은 이후로 연구실 과자를 먹지 못했지만 수북이 쌓여있는 간식 상자를 보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며칠 전 커피와 밀가루를 끊은 내가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한 줌 견과와 캐모마일 티이다. 우리 학년 총무님께서 사주신 간식이다. 분기마다 5만 원씩 간식비를 내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내가 불쌍했던 모양인지 특별히 나를 위한 맞춤형 건강 간식을 사주셨다. 


간식이 생기고 난 후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관대해졌다. 6학년 아이들이 무례하게 굴어서 화가 머리끝가지 나도 탄수화물이 몸에 들어오는 순간 '그래, 애들이니까 봐줘야지.'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기 싫은 업무를 처리하다가도 입에 간식을 털어 넣고 오물오물거리면 '그래, 미루지 말고 해야지 어쩌겠어.' 생각하면서 타닥타닥 키보드를 다시 두드리게 된다. 또한 간식을 가지러 연구실에 자주 들락날락하다 보니 소홀해졌던 직장 내 동료관계가 좋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대면하게 지냈던 찰나, 반가운 옆반 선생님들 얼굴들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역시 간식 유무는 직장 생활의 행복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다. 










2. 집에도 간식 상자 하나쯤은 갖고 계시죠?


집에서는 간식을 먹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텅 빈 간식 상자를 보면 왜 이렇게 마음이 헛헛할까. 마치 여자들이 화장품이나, 옷, 향수를 모으고 감상하는 것처럼 알록달록한 간식이 있으면 간식 상자를 자꾸 열어보게 된다. 텅 빈 간식 상자가 아쉬워서 새로운 결단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건강 간식 상자 만들기!


 준비물: 뻥튀기, 떡 뻥, 쌀 튀밥, 한 줌 견과, 강냉이, 무첨가 두유 


남들은 간식 상자라는 이름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맛없는 건강과자라고 놀릴지도 모르나 간식 상자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어찌하랴. 다이어트도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해야 건강에 이로운 법. 어차피 유통기한도 넉넉하니 일단 넉넉하게 채워 넣었다. 


다들 코로나로 인해서 카페도 못 가고, 맛있는 카페 디지트를 맛본지도 오래되었을 거다. 그러니까 집에 간식 상자 하나쯤은 있어도 된다. 


다들 집에 간식 상자 하나쯤 갖고 계시죠? 건강간식 상자 하나쯤은 갖고 계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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