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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뀨 Nov 25. 2024

동양인 여자에게 직접대는 손님들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14]

[14]


“같이 커피라도

한잔할래요?” 


잘생긴 이 남자의

노빠꾸 플러팅에

말문이 절로 막혔다




아니 애초에

플러팅이 맞는 건가..?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아 보이는데?


그냥 뭐 친구 먹자는 건가?

뭐 커피챗 하자는 건가?


왜 같이

커피를 마시자 하는 걸까?


빈말인 건가?

그럼 나도 빈말로 받아쳐야 하나?

빈말로 오케이 해야 하는 건가?


이걸….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지?


“아……”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육성으로

곤란함이 뿜어져 나왔다.





남자가 씨익 웃었다.

“Someday.

(언젠가요)”


내 곤란함을 읽었는지

남자가 대신 대답해 줬다.


어유 다행이다.

곤란했는데

살았어..



“네네! 그래요!

언젠가 같이 마셔요!”

다시 웃음을 되찾고는

활기차게 말했다.




근데 이 남자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나를

알아봐 주고 인사까지 해줬는데,

내가 못 알아준 게 미안했다.


“그..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미안함에 남자의 이름을 물어봤다.


“톰.”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다.


이름 기억해 두고

다음에 매장에 오면 인사해야겠다.




“이름이 어떻게 되죠?”

이번엔 톰이 이름을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

내 이름도 모르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한 건가?


“꿈뀨예요”


“예쁜 이름이네요”

톰이 오른손을 쓰윽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톰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럼, 톰.. 음..

좋은 주말 보내세요”

악수하는 틈을 타

주말 잘 보내라는 인사로

대화를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생각을 복잡하게 하는

톰의 커피 제안에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You too.”

톰은 젠틀하게 웃었고,

서로 각자 향하던 방향으로 갔다.


다음 날,


매장에서 일하던 중

톰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매장이 너무 바빠

톰에게 인사할 틈도 없었다.


톰 또한 바빴는지

커피를 주문하곤,

빠르게 사라졌다.




“언니, 저 남자 단골이야?”

톰의 주문을 받았던

아떼에게 물었다.


아떼는 내가 항상

‘언니’라고 부를 만큼

따뜻한 성격을 가진

우리 매장의

슈퍼바이저 중에 한 명이었다.



“누구? 톰??”

어. 단골인데?”



단골이라고??


난 왜 몰랐을까?

스타벅스에서 일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톰의 얼굴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왜?”

묘한 내 표정을 보고

아떼가 물었다.



“어… 아니야.”


“왜 왜? 꿈뀨, 뭔데??”

아떼가 궁금해 못 참겠다는 듯이 보챘다.



“아니 지난번에

나보고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더라고..”


“어?????”

아떼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 플러팅 하네…?”


아.. 역시

플러팅이 맞았구먼..



근데..

여기 사람들은

데이트 신청을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나?


“크리스!!

첫 데이트 신청 때,

보통 커피 마시자고 하나?”


휴게공간에 앉아있는

크리스를 보고 물었다.





서양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다른 누구도 아닌

찐 캐나다인인 크리스에게 묻곤 했다.


크리스는 

이런 내 질문을 흥미로워하며

바빠도 일을 잠시 내려놓곤

신나게 답해주는 편이었다.




“완전 흔하지!

보통 밥 먹자는 말보다

커피를 먼저 마시자고 해!


먼저 커피를 마셔보고

상대가 맘에 들면

그다음에

밥도 같이 먹는 거지!”




찐 캐나다인인

크리스의 말을 듣곤


톰이 내게 말한 의도는

친구가 되자는 것도 아니고,

커피챗을 나누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데이트 신청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근데 원래 이렇게

나이 안 따져가며

데이트 신청 하나?





“첫 데이트 관련해서 왜 물어봐?”

크리스가 눈썹을 씰룩거렸다.

마치 무슨 재밌는 일을

상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실..

어제 어떤 남자가

같이 커피 마시러 가자고 했어..”


크리스의 눈이

재밌다는 듯이 휘어졌다.




“크리스!!!

너 톰 알지?”

아떼가 휴게공간에 들어오더니

크리스와 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톰?

키 크고, 짧은 머리에

흰머리 좀 난 사람?”

크리스가 톰의 외향을

정확히 묘사했다.


크리스도 톰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어!

그 사람이 꿈뀨한테

커피 마시러 가자고 했대!!”

아떼가 흥분하며

크리스한테 외쳤다.


“아…”

크리스의 눈빛이 순간 죽었다.

“그 사람 좀 이상해..

항상 어린 여자애들을

데리고 다니더라고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어린 여자애?

나는 딱 봐도 톰보다 한참 어렸다.

톰은 적어도 40살은 넘어 보였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나한테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한 걸까?


내가 어린 동양인 여자애라서?

만만하고 쉬워 보여서?




“그냥 무시해, 꿈뀨.


친절하고, 젠틀한 사람이긴 한데,


그 사람..

항상 어린 여자애 데리고 다녀..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아니니

적당히 거리 둬”


크리스가 전혀 신경 쓸 게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몇 주 뒤,

한 중국인 여성이 

라떼를 주문했다.


단골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우리 매장에 자주 오고

항상 똑같은 메뉴를 주문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셀린!”


어느 손님에게나 그렇듯

셀린의 라떼를 만들며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매장 밖에서 걸어가는 모습 봤어요.


그때 캐주얼한 차림이던데

너무 이쁘더라고요!!"


셀린의 영어는

중국어 악센트가 강해서

알아듣기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셀린이

나를 좋게 봐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아 진짜요?

감사해요!!”

셀린의 칭찬에 밝게 웃으며

라떼를 건넸다.



셀린이 환하게 웃으며

라떼를 받았다.

“잘 마실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


“안녕하세요, 셀린!

오늘 뭐 드릴까요?”


셀린은 요즘

우리 매장에 많이 찾아온다.


“평소대로 라떼 주세요”

셀린이 주문하는 메뉴는

항상 동일하다




“그.. 캐나다에 가족이랑 같이 사는 거예요?”

내가 주문을 포스기에 입력하는 틈을 타

셀린이 물었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손님들과 스몰 톡을

몇 개월 해본 결과

이젠 직감할 수 있었다.


이건 스몰 톡을 넘어

‘개인적인’ 질문이란 것을..



“아뇨.”

딱딱하게 대답했다.


이런 개인적인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하면

오히려 더더욱

개인적인 질문으로 돌아온다.



“캐나다에서 학교 다니고 있나요?”


“아뇨.”


“바이올린 칠 줄 알아요?”


“아뇨.”


셀린과의

무의미한 티키타카가 계속됐다.



내가 계속 단답으로 대답하는데도

본인이 궁금한 것만 물어보는

셀린의 의도가 대단히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의 질문이 훅 들어왔다.

“밖에 나가서 대화 좀 나눌래요?”



예???

뭐야.. 이건 또…?


이번엔 이 중국인 여자까지?


짧은 며칠 새

근무지 외의 장소로 불러내

대화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 사람들..

이거 왜 이래 증말…


머리에서

경고등이 계속해 울렸다.




TO BE CONTINUED


↑찰리에게 그날 톰을 만난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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