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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뀨 Dec 09. 2024

퍽 댓 쉿, 아이 러브 유!

유부녀의 스타벅스 캐나다 워홀 [16]

[16]


“내가 너무 순진해 보이나 봐..”

내가 캐나다에 온 이유는

젊은 나이에 하루라도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쌓으려 온 건데..


여기서 받는 시선이 고작

돈이 필요한 동양인 여자애라는 것에

속이 상하고 주눅이 들었다.



케이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기!!

자기가 순진한 게 아니라

저 사람들이 나쁜 거야!


다 젓까!!

내가 널 아끼는데 무슨 상관이야!!

FUCK THAT SHIT!

I LOVE YOU”


케이트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내가 놀라든 말든

케이트는 흥분한 듯

목소리 볼륨을 줄이지 않았다


“그딴 개소리는 다 잊어!”

케이트가 날 잡아당기더니

꽉 안아줬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한 포옹이었다.


매일매일

케이트에게서 문자가 왔다.


‘꿈뀨! 터키 피자 먹어봤어?

내가 진짜 맛있는 곳 알아!

같이 가자!’


‘꿈뀨! 우리 그림 그리러 갈까?

그림 그리면서 와인도 한잔할 수 있는

공방이 있대!!’


‘꿈뀨! 가고 싶은 곳 있어?

말만 해! 내가 어디든 데리고 갈게!’


‘같이 쇼핑 갈래?

나 신발 사야 하거든!!’




케이트는 어디든

같이 가자고 해주었고


그렇게 우린

매주 데이트를 나갔다.


우리의 데이트는 주로

저녁 사 먹고 후식으로 버블티 먹으러 가는 게

루틴이었다.


케이트와는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찾아다녔다.


페르시안 음식, 터키 음식, 필리핀 음식 등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음식들,

기존에는 전혀 몰랐던 메뉴들,

새로운 향신료의 맛들을 접하며

맛에 대한 경험의 폭이 늘어났다.



케이트와 함께 가니

메뉴에 대해 잘 몰라도

케이트가 메뉴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때로는 우리 둘 다 모르는

새로운 메뉴를 시도해 보았다.



케이트는 매번

내 집 앞까지 차로 데리러 오고

식당까지 운전해 주고,

내 집 앞까지 태워다 줬다.


그게 참 고마워서

후식으로 버블티는 항상 내가 샀다.


‘쟤네.. 어쩌면 사귀는 걸 수도 있어…’


‘너네 둘이 사귀어?’



동성애가 만연한 토론토에서

우리 둘을 사귀는 사이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근데 꿈뀨 결혼했다고 하지 않았어?’


‘..... 그러게..

근데 또 모르는 거지

캐나다 와서 본인의 정체성을 깨달았을 수도..?’


“저.. 케이트..

사람들이 우리 둘을 연인 사이라고

오해하는 것 같던데..?”


“푸핫!!!”

케이트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ㅋㅋㅋ 우리 둘 다

남편 있는 유부녀라고 하면

다들 경악하겠네”




“어.. 그냥 내가 바람난 줄 알던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내가 결혼한 뒤 남편은 두고

혼자 캐나다에 온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결혼 여부에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나와 케이트의 사이를

연인 사이로 봤다



케이트는 사람들이 오해하든 말든

신경 자체를 쓰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뭔 상관이야.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맞는 사실인데 뭐.”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속에서

주눅 들고 화가 났던 내 마음은

케이트의 사랑으로 녹았다.



외로울 틈이 없었다.

매주 케이트와 놀러 나가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매주 케이트와 먹으러 가서..



매 순간이 새로웠고,

매 순간이 즐거웠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트를 비롯해

나와 함께 웃고 떠들며

즐겁게 일하는 스타벅스 파트너들도..


매일 커피 사러 와

좋은 하루 보내라고 함께 웃으며

안부를 주고받는 단골들도..


이 귀중한 인연들이

내 시선에 잡히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소중해..

이 순간이 감사해..


이제 캐나다에서

남은 시간은 단 6개월.

더 힘차게 살아야지.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어서 오세요!! 드디어 불금이에요!”


“감사합니다!!! 내일 또 뵈어요!”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내 목소리는 더 커지고 밝아졌다.



여전히 낮잡아보는 손님들,

함부로 대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굴하지 않았다.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손님들이 더 많고,

내게 무슨 일이 닥치면

제 일처럼 벌떡 일어나 달려오는 팀원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꿈뀨!

오늘 고객만족도 결과 확인해 봐!ㅎㅎ”

찰리가 아이스 라떼를 만들고 있는 나에게

달려와 물었다.


“왜? 우리 최고점 갱신했어??”


찰리는 우리 매장의 에이스답게

고객 만족도 평점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었다.


평점이 낮아진 주는

팀원들에게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부추겼고,

평점이 높아진 주는

지금처럼만 열심히 잘하면 된다고 부추겼다.


찰리의 표정이 좋은 것을 보니

이번주는 평점이 좋게 나왔다보다.



“보면 알 거야!”

찰리가 어서 가서 보라는 듯이

직원 휴게 공간으로 손짓했다.


고객만족도 조사를 봤다.

점수는 지난주와 비슷했다.


최고점이 아닌데

뭘 보라는 거야…


지난주와 별다를 것 없는

점수를 확인하고

고객코멘트를 열었다.


‘서비스가 빠르다’

‘다들 친절하다’

등등 대부분 긍정적인 코멘트였는데…


어..?

한 철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여기 매장이 모든 직원이 친절해.

특히 꿈뀨랑 찰리가

점장과 함께 일하는 케미가 너무 좋아!’


내 이름…


고객코멘트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것도 긍정적인 내용으로..



고객 만족도 조사에 이름이 언급됐다.

첫 번째 목표가

달성된 순간이었다.


TO BE CONTINUED



↑케이트와 함께간 공방에서 그림 그리고 와인한잔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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