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의 캐나다 스타벅스 워홀 [28]
[28] 너!! 스타벅스 챔피언이 돼라!
“꿈뀨!
나랑 얘기 좀 해”
우리 매장 점장 크리스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분명 잘못한 게 없는데도
진지하게 다가오는 크리스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매장 대표해서 챔피언십 나가라.”
예????
정말 상상치도 못한 제안이었다.
–
–
북미 스타벅스에서는
매년 스타벅스 챔피언십이 열리는데,
3개월 동안
총 4번의 토너먼트 경기를 통해
결승에 진출한다.
지역전, 주별전, 국가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VS캐나다 결승전.
그중 첫 번째 토너먼트인
‘지역전’에
매장 대표로 나가달라는 것이었다.
“지역전에서 우승하면
4월 달 말에
주별전으로 진출해서
각 주의 대표들이랑 경쟁하게 돼!”
“잠깐! 잠깐!
크리스 잠깐!”
크리스가 쉴 새 없이 내뱉는 설명에
일단 브레이크를 밟았다.
“나??
지금 나 말하는 거야?
난 4월 중순에 한국 돌아가는데?
챔피언십에 나가라고??”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첫 번째 토너먼트는
한국 귀국 3주 전이었다.
“이겨도 다음 리그 못 올라가는데
다른 사람이 출전하는 게 낫지 않아?”
어차피 다음 리그에 참여 못하는 몸인데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너 말하는 거 맞아. 꿈뀨.”
크리스가 씨익 웃었다.
“내가 생각한 사람은 3명이야
찰리, 아미르, 꿈뀨 너.
근데 케빈은 최근에 잇몸수술해서
말을 많이 하면 안 되고
아미르 중요한 시험이 다가와서
신경 쓸 겨를이 없대.
남은 사람은 너뿐이야.
곧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음 리그로 못 가는 거 아는데..
우리 매장에 꿈뀨만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없어..
그래서...
우리 매장을 대표해서 나가줄래?”
–
–
이 느낌은..
뭐라고 해야 할까..?
기쁘다..?
행복하다..?
아니.
감격….
그래,
감격스럽다.
내 에너지만 한 게 없으니
다음 리그에 못 나가더라도
매장을 대표해서 나가달라는 그 부탁에
‘감격스러움’이 몰려들었다.
–
–
고작 10개월었다.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한 짧은 10개월 동안
매장의 점장이 인정할 정도로 잘해 왔구나..
무엇보다
내 영어가 완벽하진 못해도,
‘챔피언십’에 나갈 정도로
모두에게 통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할게. 나 할래!!
나 자신 있어!!”
무대를 깔아 준다면,
신나게 놀 자신 있었다.
–
–
“지역구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오신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챔피언십이 열리는 매장은
구경 온 바리스타들과
각 지역 매장 점장들과
챔피언 후보자들로 붐볐다.
“꿈뀨, 기분이 어때?”
크리스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너무.. 떨려…”
“ㅋㅋㅋㅋ 걱정하지 마
이게 뭐라고! 떨 필요까지 없지!”
크리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 춥지도 않은데
몸이 덜덜덜 떨렸다.
이렇게 몸이 떨리는 건
스타벅스 면접 볼 때 이후로
오랜만에 떨리는 것 같다.
“꿈뀨!!”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외쳤다.
“세상에, 이사벨!!!”
이사벨이었다.
캐나다 도착 이틀 만에
다짜고짜 스타벅스 매장으로 찾아가
채용해 달라는 간절한 나를
그 자리에서 면접까지 봐준
고마운 은인이었다.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이사벨을 꼬옥 안았다.
“나도 보고 싶었어”
이사벨도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며
내 등을 쓰다 듬었다.
“챔피언 후보로 왔나 보네?”
“네,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다음 리그까지는 진출 못하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인데
놓칠 수 없죠!”
최대한 밝게 말했지만,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떨림은 점차 심해져서
손까지 바들바들 떨렸다.
“난 널 믿어 꿈뀨.
내 매장에 수많은 지원자들이
이력서 들고 찾아왔지만,
당일에 면접보고
그 자리에서 채용한 경우는
오직 너뿐이야.
넌 오늘도 잘할 거야”
이사벨이 가볍게 말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따뜻함이
내 맘을 울컥이게 만들었다.
–
–
“꿈뀨!
두 번째 순서예요!”
하.. 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내가 두 번째라니..
순서가 빨라도 너무 빠른 것 같았다.
아니야..
오히려 빨리 끝내 버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여러분 모두 집중하세요!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입니다!
10분이 초과하면 감점이니
이 점 유의해주시고,
자 그럼 지금부터
저희 지역구 스타벅스 챔피언십을 시작하겠습니다!!”
지역구 매니저가 챔피언십의
시작을 알렸다.
고작 10분이었다.
한국말로 10분 프레젠테이션해도
버벅거릴 텐데
영어로 10분 프레젠테이션??
하…
대본 따윈 없었다.
어차피 대본 들고 가봤자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
볼 정신머리도 없을 것 같았다.
–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꿈뀨고,
오늘 제가 소개할 원두는
‘쿠모도 드래곤’입니다!!!”
내게 주어진 10분이 시작됐다.
그래, 다신 오지 않을 10분.
잘 놀아 보는 거야!!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