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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적인 이 시간을 찬란하게..!

유부녀의 캐나다 스타벅스 워홀 [30]

by 꿈뀨

[30] 한정적인 이 시간을 찬란하게..!


워홀 종료 2주 남은 시점.

이제 진짜 집에 갈 때가 되었다.


캐리어를 꺼냈다.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소중한 1년도 끝나가는구나..


더 이상 캐나다에서 입지 않을 옷들을

정리해 캐리어에 넣으며

달콤 쌉싸름한 감정이 몰려들었다.



이 소중한 나날들을 뒤로 두고

떠나야 한다는 씁쓸함,

그러나 집에 다시 간다는 설렘,

그리고 지금껏 잘해왔다는 뿌듯함.



남은 하루하루

더 소중히 보내야지.


매 시간이 감사한 순간이었다.



[여러분!

올해 첫 회식을 진행하려 합니다!

다들 메뉴 투표 부탁드려요!


또, 이 번 분기별 우수 직원을 선정하는

‘파트너 오브 쿼터’도 투표 중이니

다들 이번 분기의 우수 직원에게 투표해주세요!]



“아으! 꿈뀨!

회식으로 뭘 먹어야 할까?!”


매장 내 게시판에 올라온

회식 공지를 보며

케이트가 물었다.


“글쎄.. 나는 다 먹고 싶은데?”


집으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서 온갖 맛있는 것들을

다 먹어 제끼는 바람에

살이 5kg가 불었다.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았다.


특히, 캐나다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메뉴들이

더 많았기에

더 열심히 먹었다.


살이 안 찌는 게 이상한 터였다.



“뷔페 갈까?

각자 원하는 거 골라 먹을 수 있잖아”



“좋은 생각이야,

우리 모두 뷔페에 투표하자!”


“안녕하세요! 데비!”


캐나다에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을수록

하루가 소중해져

손님들에겐 인사는 더더욱 크게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손님들에게 영어로 인사하며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은

다신 못 올 수 있으니까..



“꿈뀨!! 오마이갓!!”


밍크코트를 입은 데비는

모닝커피를 꼭 챙기는 우리 매장의 단골이었다.


“꿈뀨, 그거 아니?

너가 이 매장에서 가장 빛나!”


데비가 서양인 특유의 오버 액션으로

두 손을 찬양하듯 벌렸다.


“엥? 에이..

과찬이세요”


“아니 진짜야! 진짜!!!

난 너의 에너지를 정말 깊이 산단다, 얘야.”


따뜻한 데비에 말의

마음이 울컥했다.


“감사해요, 데비”


“마리엔느??! 마리엔느 계신가요?

아! 마리엔느! 여기 주문하신 라떼요!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처음 보는 손님에게

라떼를 건넸다.


마리엔느는 별말 없이

라떼를 건네 들고 매장을 나갔다.


“여기 매니저 있나요?”


잠시 뒤,

마리엔느가 매장으로 다시 들어오더니

매니저를 찾았다.


“어.. 매니저는 없고,

제가 슈퍼바이저예요.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죠?”


함께 근무하고 있던 페라가

마리엔느 앞에 섰다.


그 둘은 한참 무언가 대화하면서

나를 흘깃흘깃 쳐다봤다.


‘뭐지.. 내가 만든 라떼가 잘못된 건가?’


손에 땀이 났다.


‘왜 마리엔느가 매니저를 찾은 걸까..

내가 뭘 잘못했나..’


속이 탔지만,

둘의 대화에 끼어들 순 없어

최대한 차분하게 내게 주어진 역할만 다할 뿐이었다.


마리엔느가 가고,

페라가 내 앞으로 왔다.


“꿈뀨! 너 방금 손님한테 칭찬받았어!

에너지 넘쳐서 보기 좋고,

일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러라!!”


페라가 웃으며 내 등을 쓰다듬었다.



‘아….’

울컥하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한정적으로 주어진 이 시간을

진정 의미 있게 쓰고 있구나..


이 소중한 시간들이 곧 끝나는 게

아쉬워 눈물이 울컥 나왔다.


“흡.. 흑.. 꿈뀨…”


내가 우는 모습에

옆에서 같이 일하던 아떼도

같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뭐야, 아떼..ㅋㅋㅋ

왜 울엌ㅋㅋㅋㅋ”


“너야 말로 왜 울어!

눈물은 다다음주로 아껴둬.

아직 때가 아니야”


아떼가 핸드타월을 슉슉 뽑아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나도 아떼를 따라 핸드타월을 뽑아

눈물을 닦아 냈다.



떠나는 아쉬움은

내 것만이 아니었다.


“다 맛있겠다!

뭐부터 먹지?!”


“나 이 순간을 위해

오늘 하루 종일 굶었잖아!”


뷔페에 가득 찬 음식을 보며

팀원들이 허겁지겁

원하는 음식을 접시에 담으며

분주해졌다.



“자, 다 같이 모였겠다!

이 자리를 빌려 발표할 게 있어’


다들 각자 접시를 채우고

자리에 모두 앉았을 무렵

크리스가 큰 소리로

팀원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바로 이번 분기 우수 파트너를 발표할게!”


크리스 손에는

액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다들 두구두구두구 부탁해!”

우리 모두 식탁 위에 손을 올려

둥당둥탕 두드리기 시작했다.


두구두구

두구두구


“This partner of the quarter goes to....”


두구두구

두구두구



"꿈뀨!!"


크리스가 내 이름을 크게 외쳤다.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한 지

11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크리스에게서

액자에 곱게 담긴 표창장을 건네받고,

투표한 팀원들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단순히 상을 받아서

눈물이 난 게 아니었다.


워홀을 결심하고

정착하기까지 냈던 용기..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했던 노력..


그 용기와 노력들이 담긴 시간을

이 상 안에서 느낄 수 있었다.



"꿈뀨. You deserve this."


크리스가 우는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이

잔잔히 미소를 보였다.


나보고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팀원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서..

그리고 곧 떠난다는 아쉬움에 눈물이 왈칵 났다.


캐나다에 온 지 3개월째,

반드시 9개월 안엔 도달하고 가리라

세웠던 목표 두 가지.


첫째,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칭찬코멘트받기

둘째, 파트너 오브 쿼터 되어보기.


그렇게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뤄낸 순간이었다.


“고마워, 모두들…

이건 내게 단순한 상이 아니야..

나에게 정말 의미 깊은 순간이야..


고마워, 다들.

이렇게 소중한 순간을 선물해 줘서”


팀원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도

꿈뀨, 너와 일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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