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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C Sep 23. 2024

오래된 노래가 왜 여기에?

스탠딩에그, <오래된 노래>

   가끔 혼자 코노에 갑니다. 코노가 생기기 전에도 노래방에 혼자 가기도 했지만, 코노가 생긴 다음부터는 더 당당하게 혼자서도 잘 다닙니다. 지난 주 장시간 집콕 모드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뭔가에 홀린 듯이 코노에 갔습니다. 딱히 부르고 싶은 곡이 있었던 게 아니었고 목 근육도 오래 쓰지 않아 녹슬어 있던 상태여서 노래방 인기곡을 검색해 봤습니다. 거기서 반가운 곡을 발견했죠. 스탠딩에그의 <오래된 노래>입니다.

 

  대체 이게 언제적 노래인데 하는 생각도 잠시 옆방에서 20대들이 이 노래를 열창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참 후에 또 다른 방에서 이 노래가 들려 왔죠. 인기 차트 6위도 두 계단 하락한 수치였습니다. 이지의 응급실이야 노래방 인기곡 차트를 오래오래 지켜 왔으니 새로울 게 없었는데 <오래된 노래>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사실 이 곡의 역주행은 최근 일은 아닙니다. 제가 인기차트를 유심히 본 게 최근일 뿐이죠. 역주행의 시작은 2020년 8월 임영웅 덕분이었습니다. TV조선의 사랑의 콜센타에서 부른 것이 화제가 되어 2012년 발표한 이곡을 8년 만에 역주행하게 만든 것이죠.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오다가 최근에 또 한번 역주행 흐름을 탔습니다. 지난 6월에 SBS의 '더 리슨: 너와 함께한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허각 임한별 이무진 이진성(먼데이 키즈) 김희재가 함께 불러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더군요. 


우선 원곡부터 감상해 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_bXarqHwbkY


   이 노래가 역주행할 수 있는 힘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쉽고 친근한 멜로디인 것 같습니다. 기본 코드가 캐논 변주곡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귀에 친숙하게 들릴 수 있겠죠. 그러면 가사를 살펴볼까요?


발매 2012.09.04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발걸음을 다시 멈춰서게 해
이 거리에서 너를 느낄 수 있어
널 이곳에서 꼭 다시 만날 것 같아
너일까 봐 한 번 더 바라보고
너일까 봐 자꾸 돌아보게 돼
어디선가 같은 노래를 듣고
날 생각하며 너 역시 멈춰 있을까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거리에서 내게 우연히 들려온 것처럼
살아가다 한번쯤 우연히 만날 것 같아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내 사랑이 그대로인 것처럼
발걸음이 여길 찾는 것처럼
꼭 만날 거야 지금 이 노래처럼
날 사랑하는 네 맘도 같을 테니까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거리에서 내게 우연히 들려온 것처럼
살아가다 한번쯤 우연히 만날 것 같아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운명처럼 아니면 우연처럼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만날 수 있다면
너에게 나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
널 다시는 놓치지 않을게
오래전에 함께 듣던 노래가
거리에서 내게 우연히 들려온 것처럼
살아가다 한번쯤 우연히 만날 것 같아
사랑했던 그모습 그대로


   거리를 걷는 화자에게 오래된 노래가 들려 옵니다. 오래된 연인과 함께 듣던 노래죠. 노래와 함께 추억도 밀려옵니다.  거리에서 멈춰 서서 혹시 옛 연인이 이 거리에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다,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자신처럼 오래된 그 연인도 어디선가 이렇게 멈춰서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는 이 노래처럼 언젠가 옛 연인도 한번쯤 만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직 열정적인 사랑이나 절절한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쉽고 먹먹한 느낌. 이것이 오래된 이별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대동소이한 마음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운명처럼 아니면 우연처럼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만날 수 있다면 너에게 나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 널 다시는 놓치지 않을게" 이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오래된 이별을 담담하게 노래하다가 "내 사랑이 그대로인 것처럼"에서 왠지 점프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갑자기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미련 가득한 가사는 더욱 문제입니다. 화자가 아직도 옛 연인을 전혀 잊지 못해 혼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초반부와 중반부의 우연히 소환된 추억 속 연인의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습니다. 왜 그는 더 적극적으로 헤어진 연인을 찾지 않았을까요? 다른 한편으로 현재 연인이나 생활에 대한 불만족 상태에서 이 노래를 듣고 추억 속 연인을 떠올렸다가 다시 만나면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면? 더욱 화자의 캐릭터가 별로라고 느껴집니다. 오히려 어디선가 잘살고 있을 상대의 행복을 비는 가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12시를 코앞에 두고 글을 마무리해 올립니다. 급하게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뮤비 감상하시면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허각 임한별 이무진 이진성(먼데이 키즈) 김희재가 부른 <오래된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JzIT15DkZyI


-조회수 곧 1000만을 찍을 듯한 임영웅의 <오래된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cZ5JOSrk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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