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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Aug 16. 2024

다시 쓴다. 인생

나를 찾아 가는 글 쓰기

나는 지금 인생의 중반을 써 내려가고 있다. 


해뜨는 날, 

비오는 날, 

바람 부는 날, 

폭우와 태풍이 몰아쳤던 날들까지 

모두 지나왔다. 

눈오는 날, 폭설로 꼼짝 못하고 

집안에 갇혀 있던 날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루 말로 다 표현 못할 가슴 속 멍울 같은 사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느덧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찾아올 손끝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내 인생은 어느덧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세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찾았고, 나는 '할머니'라는 새로운 호칭을 선물로 받았다. 뒤돌아보면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갈증이 남아있다. 이 갈증이 나를 아직 다 쓰지 못한 책으로 몰아가며,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든다.


삼시세끼 밥을 먹듯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꺽적거려야만 될 것 같아

시집만 줄창 넘기고 있다

명색이 시인이라 떠들기만하고

시가되어 나오는 글은

보잘것 없는 졸작이다

그래도 나는 시를 쓴다

가슴으로 엉어리지는 것들을

이렇게 가끔 털어내고 나면

새살이 돋기 때문에


글쓰기는 쉽지 않다. 하루 종일 50자, 100자, 때로는 1000자도 못 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책 읽기에 집중하며, 새로운 도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것이 이제 내 인생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카를 융은 "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중반에 한 번 죽는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죽음이 아닌 존재의 재정립을 의미한다. 나는 이 시점에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다시금 묻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책을 쓰는 과정은 나 자신을 재발견하고 재정의하는 과정과 다름없다.


글쓰기는 목도리를 뜨듯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엮어가는 작업이다. 그때의 인내와 끈기가 결국 따뜻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고, 느낀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엮여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한 권의 책이라는 결실을 맺을 것이다.


내 시가 실린 책이 집으로 배달되었을 때의 그 쾌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시집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 이제 그 꿈을 이루고 싶다. 삶은 실험의 연속이며,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배움만 있을 뿐이다. 매일 글을 쓰면서 새로운 배움을 얻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단지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넓게 바라보기 위함이다.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이후,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하나씩 꺼내어 다시 맞추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세 아이의 엄마로서 보낸 날들, 자영업자로서의 고된 시간들, 할머니가 되어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내 글 속에 녹아들어 있다. 이 과정은 내 인생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한 권의 책을 쓰는 일은 단순히 생각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내 삶을 다시 구성하고, 나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다. 책 속에 담길 이야기들은 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내 경험들이 활자로 옮겨지는 순간, 나는 그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삶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 차곡차곡 쌓이는 글들로 나는 다시 태어난다.


"네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이 유명한 말은 글쓰기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글쓰기는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다. 나는 이 여정을 통해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내가 살아온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투박하고 거친 살결이 덮어버린 피부

그 속을 지키는 보들보들한 살결이

어린 아이처럼 가끔 투정을 부린다.

그때가 좋았다고

그 때 그 아이로 살고싶다고

맑고 고운 생각이 넘쳐나는 아이가 되고 싶다고


물론, 글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생각이 엉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도 있고, 몇 번이고 글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목도리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결국 따뜻한 결과로 돌아왔듯이, 글쓰기를 통해 나는 더 나은 작가로,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삶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나는 오늘도 한 자 한 자 글을 써내려간다. 그리고 그 끝에, 한 권의 책을 들고 미소 지을 날을 꿈꾼다. 그날이 오면, 나는 내 인생을 다시금 온전히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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