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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Aug 23. 2024

가을의 중턱에서 나를 바라보며

나로서 나를 살아갈 것이다

사랑이 말하는 사랑은



문득 사랑이 내게 말을 건넨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마치 오래된 보따리를 풀듯이  

천천히, 그러나 꾸밈없이  

속살을 드러낸다.


그 안에는 태양도, 공기도, 비도,  

바람과 나무, 그리고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숨 쉰다.  

사랑은 세상 만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를 다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며  

나직이 속삭인다.


아침에 내게 다가온  

법정 스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의 자리가 어디건  

그곳에서 꽃으로 피어나고,  

물처럼 흘러가라."  


사랑은  

나로서 나를 살아가는 일이다.



내 삶은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철로 같다. 때로는 하늘의 새하얀 뜬구름 같고, 때로는 저 들녘에 심어진 볏단 같으며, 또 때로는 내 발걸음에 살짝 닿는 강아지풀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망망대해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먼바다 같기도 했다. 오늘에야 나는 내 삶이 한없이 이어지고 모아진 동글동글한 짱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나는 늘 똑같이 살아왔건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사물들은 흐르는 시간과 함께 모습을 달리한다. 15년 전, 아이 학교 친구 엄마들과 모임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그 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성인이 된 처녀총각들만 우르르 우리를 바라본다. 나는 변함이 없다고 믿었는데,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나를 훑어보니,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변했다. 앞머리를 뒤로 밀면, 무성하게 자라난 흰머리가 숲을 이루고 있다. 세상 못할 것이 없다고 큰소리치던 마음은 어느새 몇 발짝 뒤로 물러서, 눈치만 보고 있다. 비어 가는 주머니를 들여다보며 합당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주머니에서 새는 돈을 가늠하는 이 현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세 아이는 자라 각자의 위치를 잡았고, 이제 나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나를 조망해야 할 때다. 여성호르몬을 복용한 지 1년이 넘어간다. 나이를 먹으면서 찾아오는 무력감을 견디지 못해 의지했지만, 과연 나는 언제까지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자연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벌써 가을이다. 내 인생도 가을이다. 이 가을에 나는 어떤 열매를 수확하고, 또 어떤 열매를 땅속에 묻어야 할까? 큰아이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원과 영주권 준비에 바쁘고, 둘째 아들은 이른 나이에 장가를 가고 아빠가 되어 아이 양육에 전념하고 있다. 늦깎이 셋째는 이제 대학 2학년, 군 제대 후 연애에 빠져 어여쁜 사랑을 만들어가느라 분주하다.


나도 매일매일 브런치에 글 쓰느라 바쁘다. 

그러나 어느 한편이 공허한 것은 아마도 꽉 차 있던 시간 속에서 틈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틈으로 잡풀들이 올라와,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틈을 메우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나의 현실을 스스로 컨트롤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현실은 내가 컨트롤한다"는 다짐을 반복하며, 

나는 나 자신을 새롭게 프로그래밍해 나간다.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선언한다. 

"나의 현실은 내가 컨트롤한다." 

이는 단순한 자기 최면이 아니다. 

내가 주도적으로 내 삶을 이끌어 나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책을 읽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있다. 가족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인생의 가을에 서 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이룬 것들과 앞으로 남은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가을의 정취 속에서, 나는 나의 미래를 설계하며, 매일 새롭게 자신을 만들어 나가려 한다.


이제야 깨닫는다. 진정한 사랑은, 나로서 나를 살아가는 일이었다는 것을. 인생의 철로 위에서 나는 내 몫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할지,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마치 법정 스님의 가르침처럼, "너의 자리가 어디건 그곳에서 꽃으로 피어나고, 물처럼 흘러가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나는 나의 자리를 찾고 그곳에서 피어나기를 꿈꾼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내 인생의 가을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나 자신을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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