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 먹는 일에 자주 소홀해진다. 알약 하나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그 선택을 할 정도로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밥 한 끼에 특별한 의미를 두기보다는 그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나의 하루는 매일 전투와도 같기 때문이다. 9시 마감 후 주차된 차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내가 좋아하는 더덕순대국밥집을 지나친다. 평소엔 그냥 지나가지만, 마음이 무겁고 지칠 때면 어김없이 그곳으로 발걸음이 간다.
자영업을 하다 보면 부진으로 인한 고뇌와 좌절은 도로 위의 웅덩이처럼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업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진행되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중요한 건 슬럼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할지를 아는 것이다.
그날도 신호를 기다리며 내 마음은 더덕순대국밥집을 향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은 마치 엄마가 끓여준 밥 같았다. 그 순간,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바심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로해 줄 따뜻한 시간이 필요했음을 깨달았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역경을 겪는 동안에도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나 역시 그곳에서 단지 위로받는 것만이 아니라,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더 단단해질 나를 기대하고 있었다. 슬럼프는 어쩌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사업을 하면서 목표가 흐릿해질 때가 많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한 시화전이 불발되었을 때, 나도 좌초된 작은 배처럼 느껴졌다.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필요한 건 한 끼의 따뜻한 밥이었다. 더덕순대국밥의 푸근함 속에서 나는 다시 목표를 재조정할 힘을 얻곤 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큰 목표를 작은 목표로 쪼개고, 매일 조금씩 성취하며 나를 다독이는 것이 도움이 됐다. 슬럼프는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한 과정이었음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침체의 시간을 나를 위한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케팅 전략을 새로 배우고, 변화하는 시장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2년 동안 워크숍과 세미나에 참여하며 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스스로를 멈추지 않으려는 작은 노력들이 결국 더 큰 변화를 만들고 있음을 실감한다. 끝없이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배처럼,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답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한 번은 오랜만에 만난 동료가 말했다. “적절한 휴식도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더 깊은 부진에 빠질 수 있어.” 그렇다. 늘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매출이 예상과 다르게 떨어질 때도 있다. 그 동료의 말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 후로 나도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내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주변에 털어놓기도 한다. 가끔은 그저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모든 걸 혼자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 자신에게도 가끔은 멈추라고, 쉬어도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부진과 침체는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내가 걸어가는 길에 잠시 마주치는 고비일 뿐, 그것을 극복하고 나면 나는 한층 더 단단해질 것이다. 슬럼프조차도 내가 더 나은 나로 나아가는 여정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 겪는 어려움도 지나갈 것이고, 나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나는 지금, 작은 굴곡을 지나며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