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겨울은 철새 떼처럼 한철 몰려왔다가 떠난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다.
도로는 조용하고, 마트는 한가하며, 시장은 적막하다 못해 썰렁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거진항 수산시장만큼은 묘한 따스함과 정겨움을 품고 있다.
마치 겨울날 군불에 구운 고구마처럼,
그곳은 소소한 웃음과 인간적인 온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우리가 찾은 날, 시장은 텅 비어 있었다.
손님이라고는 우리 일행뿐, 상인들은 옹기종기 모여 화투판을 두드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시골 노인정에서 10원짜리 화투판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화투패가 부딪히는 소리는 어쩌면 시장의 적막을 달래기 위한 작은 몸짓처럼 느껴졌다.
텅 빈 시장은 냉골 같았지만,
그 소리만큼은 설악산에 쌓인 눈을 녹일 듯 따스했다.
우리는 복어를 한 마리 샀다.
kg당 35,000원의 복어는 비싼 값이었지만,
그것은 단순히 식재료가 아니었다.
적막한 시장의 공기를 뚫고 마주한 사람들의 눈빛과 대화,
그리고 그 복어를 통해 이어진 우리의 저녁 식사는 그 순간을 따뜻한 추억으로 바꿔놓았다.
찬 바람이 스며들던 속초의 겨울은 그렇게 인간적인 온기로 우리 곁에 남았다.
그리고 시장을 빠져나오던 길,
더 넓은 바다의 푸름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철썩거리는 파도의 울림은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던 차가운 바람을 몰아내며 온기를 더했다.
이 작은 항구 도시의 겨울이 낯설고도 정겹게 다가왔던 이유는,
그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함을 품고 있는 바다처럼,
사람들 또한 한철의 쓸쓸함 속에서 잔잔한 생명을 잃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