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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맘혜랑 Jun 21. 2024

일 하기도 벅차지만
나는 시를 씁니다

내게 오래된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를 쓰는 것'이라고 하겠다. 내게 시는 일상이 된지 오래다. 나의 시에는 지난 내 시간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사랑과 이별, 성공과 실패가 모두 담겨 있다. 기억에서 가물거리는 그 때의 

요란했던 감정들과 지금은 멎어버린 가슴떨림, 이제는 뒤안길로 사라진 소중한 추억들이 나의 시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나는 십수년간 매일 써온 수백개의 시 가운데 40여편을 다듬어 출간을 준비중이다. 사실 시집 출간은 멋지고 고상한 이들의 전유물같이 느껴졌었 기에 

내가 시집을 출간한다는 것은 그저 막연한 기대와 상상속의 환상 같은 것이었지만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내 삶의 소중함에 깊은 감사를 느끼며 시를 통해 나의 삶을 세상에 내어놓으려는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내게 소유를 종용한다.

적당한 대가를 치르고 

그렇게 함께 할 것을 결정해버린다.


어울리거나 말거나 

우려는 잠시

그렇게 우리는 동거에 들어간다.


시집 출간을 결정하고 내 마음을 표현했던 시다. 

내 노트북 파일속에 켜켜이 쌓인 시들을 활자화 시켜 동거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은 그 때, 

나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 어디쯤 에서 막막함에 나름의 채색을 하고 있던 내가 떠오른다. 


나는 자영업자다. 공부방을 시작으로 서서히 업종을 바꿔가며 지금은 백화점 내 식당가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잔뼈 굵은 자영업자다. '세상 사는' 이야기는 아마 내 인생에 다 담겨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영업은 오르락내리락 나를 여기서 저기로 참 많이도 흔들었었다. 이런 흔들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시를 썼다. 

월 7-8천만원을 찍으며 성공가도를 달릴 때도 역시 나는 시를 썼다. 

시는 그렇게 나의 또 다른 얼굴로 현실의 나를 담담하게 언어로 남게 했다.


요즘엔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출근길 운전대를 잡을 때도 바쁜 점심시간 후 잠깐의 산책길에 만난 제비꽃 앞에서도 나는 의미를 찾는다. 

자영업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하고 언제나 사람들의 니즈를 애써 충족시키기 위해 '현실'의 나를 살게 한다. 

이것으로 빵을 벌고 이 노동의 가치에 옷을 입히고 차려 입은 내 노동은 매주 주말 자선활동으로 이어진다. 

너무 바쁘게 헌신적인 노동으로 살던 내 삶에 '의미'를 잃어가던 그 때 나는 더 지독하게 시를 써왔고 

이제 나를 비롯한 내 사업체와 내 주변의 모든 현상과 인물들에 대한 관찰을 시로 표현하며 

'가치'의 '의미'를 기록하여 남기고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에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시냐?”고 내게 묻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삶의 양면을 보지 않으면 분명 기운 한쪽이 세워진 한쪽을 겨냥하다 어느 순간 부러뜨릴 것만 같다. 

식당을 운영하며 현실을 사는 내가 이쪽에 있다면, 그런 나를 깊이 있게 바라보고 멀리까지 힘차게 전진케 하는 또 다른 나는 저쪽에서 시를 쓰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나의 시로, 

나의 시는 다시 나를 살아있게 한다. 


적응의 천재

이 곳이나 저 곳이나

못 갈 곳이 없구나

연약한 몰골에 담긴 강인한 생존본능

진정 너의 본모습은 그것이 다가 아니었음을

보이지 않는 너의 이면이 너의 진정이었음을


오늘의 나도 너에게 부탁한다.

오늘의 너도 나를 이끌어다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시가 토닥여주고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덕에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겨지는 듯하다. 

남들과 같은 나의 일상을 시가 새로움을 입혀주고 알아채지 못한 메세지를 알려주고 그 속의 작지만 

소중한 가치를 꺼내 주는 듯하다. 그날이 그날같이 분절되는 일상을 시는 어제와 오늘이 참으로 닮아 안정되어 감을,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더 풍요로와졌음을 일깨운다. 


이렇게 자영업자로 사는 내게 

시는 

일상의 깊이와 일상을 너머 선 초월 된 상상을 불러오는

취미이자 

기록이자 

가치의 실현이자 

또 하나 내가 닿고 싶은 그 곳이다. 


나는 자영업자이자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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