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Jam Studio 기획/운영팀 인턴
"진짜 마음대로 기획해가도 괜찮은 건가요?"
처음 입사하자마자 실무 회의에 참석했다. 사원증 등록하고 이것저것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입사와 관련된 서류를 작성하면서 하루를 다 보낼 줄 알았는데 인턴에게도 실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첫 번째 인턴 경험을 너무 큰 곳에서 해서인지, 굉장히 자유로웠던 스노우의 첫인상을 아직 잊지 못한다.
업무 중에도 우리를 전혀 배제하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인턴을 많이 뽑는다는 것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장점과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일 하는 것을 좋아했고, 성장을 하기 위해서 6개월 인턴에 지원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를 무척 환영했다. 인턴은 나를 제외하고도 기획운영팀에만 총 6명이 있었다.
입사를 하고 가장 놀랐던 점 세 가지는 인턴에게 시킬 일이 정해져 있다는 것과 우리는 그것을 선택할 기회가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정하기 위해서 서비스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좋으니 기획을 한 번 해 와 보라는 말씀이었다. 기획과 관련된 경험은 다수 했지만 회사에서 이렇게 바로 뭔가를 만들어오라는 상황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게 기획 직군의 매력인가 싶기도 했고, 스노우의 인재 기르기 방식인가 싶기도 했다.
인턴 동기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기획안도 마음껏 기획해보기도 했다.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라고 해서 사수 분과 함께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아이디어는 대표님에게까지 전달되었다가 최종적으로는 무산되었다. 그 당시 바쁘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턴 입장에서는 굉장히 드문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주로 참여했던 업무는 서비스 기획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이었다. 운영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고, 커머스나 CS 뿐만 아니라 나는 SNS 운영 쪽 업무를 맡았다. 사용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온라인 이벤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마케팅팀 분들과 함께 진행할 만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고민했고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 그리고 이를 마케팅하는 경험까지 전반적으로 다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는 모바일 서비스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무조건 IT회사에 취업해야지"
업무 환경에 대한 장점을 말하자면 정말 끝도 없었다. 내가 IT 회사에 취업해야겠다는 의지를 200%로 향상해준 계기이기도 하다.
먼저, 출퇴근 시간은 10 to 7이 기본이고 개발자 분들은 점심시간쯤 출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이슈가 있으면 야근도 많이 하시고, 서버가 터지면 집에서 컴퓨터를 켜야 하는 상황도 종종 있었지만 그래도 출퇴근이 무척 자유로운 편이었다.) 복장은 정말 자유. 옷만 입고 오면 된다고 생각되는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청바지에 면티, 그리고 집에서 가지고 온 슬리퍼를 신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일찍 가면 공짜로 간식을 먹을 수 있기도 했다. 비요뜨나 빵, 우유, 삼각김밥 등 종류는 무척 다양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자면 함께 일하는 인턴 분들이나 친한 직원 분들이 합석을 했고, 일 이야기 반 일상 이야기 반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월급 빌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유로우면서도 일 할 때는 또 바짝 잘하는 멋진 사람들이었다.
임직원 분들이 누리는 혜택에 인턴의 뽀짝함이 더해지기도 했다. 입사하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그 달에 설날이 있었는데 일을 하고 있자니 메일이 왔다. 인턴들에게도 설날 선물을 나눠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눠줘 봐야 뭐 별게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큰 것을 선물로 주셨다. 이때 생긴 애사심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또 한 가지는 내가 있었던 기간 동안 네이버 20주년이 있었는데, 덕분에 나도 이와 관련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니 모든 테이블에 20주년 축하카드와 빵이 있었고, 근무일 중에는 네이버 20주년 행사 참여를 해야 하기도 했다.
행사는 무려 에버랜드에서 평일에 진행되었다. 모든 비용은 네이버 측에서 제공해주었으며 '패밀리데이'라는 테마가 있었기에 나를 포함하여 총 4명의 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참여를 하지 않은 임직원들은 그 날 쉬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일해야만 했고, 그런 경우에는 각 부서별 리드님의 허락을 받을 경우 다른 날 중 하루를 선택할 수 있기도 했다. 우리는 당연히 에버랜드를 선택했고, 각자의 지인을 불러서 네이버의 문화에 감탄하며 그 날을 즐기기도 했다.
* 스노우는 네이버의 계열사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판교역의 크래프톤 타워고, 이 건물에는 네이버 웹툰과 라인, NBP가 있었다. 그린팩토리가 아닌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받는 혜택은 전부 네이버와 동일했음에 감사했다.
주로 사용했던 컴퓨터는 신기하게도 애플 제품이었다. 여기서도 스노우의 자유로움과 신기함을 엿볼 수 있었었는데, 회의를 할 때 메모장에 모든 것을 기록하고 에어드롭으로 파일을 주고받았다. 번거롭게 웍스를 이용하지 않고 바로 필요한 파일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 효율 또한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서만의 특이했던 점은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Tmi : 우리 팀의 리드님이 카카오 출신이셔서 영어 이름 문화를 도입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다. 영어 이름은 초등학생 때 학원에 다니면서나 사용했지 평소에 사용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지나니 오히려 더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위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지기도 했고, 친밀감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기획을 하고 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각자의 의견을 내는데 가감 없었던 것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6개월의 인턴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인턴으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었기에 특히 기록과 회고를 더 꼼꼼하게 할 수 있었다. 엑셀에 매주 했던 것들을 정리하기도 했고, 주차별로 현장실습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인턴을 하면서 만든 프로젝트 아카이빙도, 제작했던 콘텐츠나 작성했던 제안서도 포트폴리오로 만들었다.
학교마다, 학과마다 다르긴 하지만 우리 학과의 경우에는 최대 18학점을 인턴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외부에서 직접 신청해서 인턴을 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HR팀과 산학협력을 담당하는 학교 부서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나 또한 추가로 신청해야 하는 서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회사 월급 외에도 학교에서의 추가 지원금과 학점 인정은(게다가 대부분 학점도 높게 받는다.) 포기하면 바보가 될 만큼의 혜택이기에 신청했다.
인턴을 하면서 중간에 학점을 담당하시는 교수님을 찾아간 적이 있다. 평소에도 몇 번 상담을 했던 교수님인지라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분이었다. 교수님께서 나의 인턴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제 무언가를 하지 말고 인턴 보고서 작성하는 것 외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렴."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나는 취준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되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끝으로, 인턴 생활 중 소소한 행복이자 나름대로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던 주차별 인턴일기를 쓴 블로그 링크를 첨부시키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기획 직군은 신입이 대단한 무언가를 하기에는 기회를 잡기 어려운 직군이다. 리드님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인턴을 하기 전에는 센스와 서비스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누구든 기획을 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기획 직군에서 일하는 분들과 소통을 하며 리드님의 말씀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뿐만 아니라, 기획 직군은 이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나름대로 원하는 직군에서 일하기 위해 알차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업에서 근무를 하면서 비어있는 부분들이 꽤나 많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휴학을 결심했고, 나의 가치를 더욱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