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라데이션 Feb 17. 2020

짧은 시간 동안
한 가지 기획에 몰입하기

청사진 아이디어톤


01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



"얘들아 이거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


봉사활동에 다수 참가하면서 평범함의 행복에 대해서 알 수 없는 분들과 눈 맞출 기회가 많았다. 청각장애인, 중증장애인, 치매노인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누리는 일상은 축복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고, 주어진 삶에 더욱 충실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사회적 기업이나 CSR 등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러던 중, 지인의 지인을 통해 '청사진 아이디어톤'이라는 공모전을 알게 되었다. 그 공모전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척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ICT 분야와 건설/산업 분야에서 제안하는 것이 목표였고, 무엇보다도 무박 1일 동안 아이디어 도출부터 제안까지 할 수 있는 해커톤 형태인 점이 참여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당시 청사진 아이디어톤의 개최 배경과 기대효과


소학회 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던 동기와 후배에게 "이 대회 한 번 나가 보는 게 어때?"라며 충동적인 제안을 했던 이유는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이 가장 컸다.



02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장애인들을 위한 지도 서비스는 없지 않나?"


대회 당일, 다행히 장소는 무척 가까운 편이었다. 최대한 편안한 옷과 신발을 신고 무박 1일 동안의 고생길을 대비했다. 단체티를 받고 나니 아이디어톤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동안 짧으면 2주에서 길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공들여 완성한 경험은 있었지만, 하루 만에 무언가를 이뤄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이디어톤이라고 해도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사전에 우리 팀이 인지하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원서를 받았고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팀들만 참여할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 아래는 우리가 지원서에 작성했던 지원동기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이었다.




중증 장애인과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 경험이 다양하 게 있는 팀원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동권을 개선할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해 이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이동권의 개선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산업 공학과에 재학 중이기에 인간공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실제로 이 아이 디어가 인정을 받는다면 시각화 및 실제 모델링 과정을 통해 적용할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첫걸음을 청사진 아이디어톤을 통해 실현하고 싶습니다. 


장애인 사회 적응 관련 논문을 보던 중, 이동권 개선이 삶의 질 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지도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장애인은 이동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스스로 무언가 해내기 어렵다는 인식과 실제로 그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들은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데도 휠체어를 어디로 끌고 가야 올라갈 수 있는지, 버스를 탈 때도 저층 버스가 언제 오는지 등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제안합니다. 




우리의 팀 명은 '3도의 차이'였다. 사전에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만한 방안을 고민하던 중, 장애인들을 위한 지도 서비스는 따로 없지 않나?라는 니즈를 발견하게 되었고 우리는 아이디어톤 당일에 이와 관련된 설루션을 제안하고자 했다. 팀 명이 지어지게 된 이유도 바로 그 니즈로부터 발생했다. 자료조사를 하던 중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들이 도로 경사가 3도만 높아져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3도는 큰 차이가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없는 제한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들이 불편 사항을 느끼는 것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지도 서비스를 제안하고자 했다.



03 무박 1일 동안 낼 수 있는 최대의 시너지



"진짜 졸린데 재미있어서 못 멈추겠다"


현장 분위기 후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잠이 들 수 없게 쉬지 않고 먹을 것을 주는 건가?'였다. 밤을 새본 경험이 많이 없기에 새벽에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지에 대해서도 몰랐다. 그나마 짧은 시간에 집중하는 것에 자신 있었기에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무박 2일 정도 되었다면 아마 나는 좀비가 되어 집에 갔을 것 같다. 새삼 주변에 개발자 친구들이 해커톤에 여러 차례 참가하는 것에 대해 대단함을 느꼈다.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문제점을 정의하고, 피피티를 제작하고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지도 서비스인 만큼 대략적인 UI/UX도 그려내야 했다. 다행히 우리 팀은 분업이 잘 된 편이고, 팀원들 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인 친구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밝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 과제를 수행하는 도중에도 관련 분야 전문가 분들과 아이디어를 피드백받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당위성에 대해서 검증받기도 했다.


아이디어톤 현장 사진


우리 딴에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마침 심사위원으로 참가했고 관련 분야 전문가인 분들 중 한 분이 휠체어를 타시는 분이어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하셨다. 그렇기에 우리의 아이디어가 정말 쓸모 있는 아이디어고, 기술적으로 구현되었을 때 세상에 필요로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신나게 아이디어톤에 참가했다.



04 짧은 시간이라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짧은 시간 치고는 엄청 잘했는데?


발표 자료는 구글 독스를 이용했다. 나중에 다 만들고 생각해보니 굳이 구글 툴로 만들 필요 없이 오프라인 파워포인트를 이미지로 저장해서 올렸으면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아무튼 아이디어 제안부터 자료 조사, 우리들이 고민했던 내용들과 기술적인 구현까지 발표 자료에 담아내는 것은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했다. 촉박하니까 뭔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하루를 꼬박 새워서 발표를 하기 직전이 되니 정신이 너덜너덜해졌다. 내가 잠을 자면서 말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을 똑바로 차린 채로 대답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인 만큼 피곤에 찌들었다. 하지만, 10시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하나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만 몰입했던 덕분인지 발표 자료에 대한 이해도는 무척 높은 편이었고 발표를 지켜본 팀원들의 의견에 따르면 질의응답 또한 잘 대응했다고 했다.


발표 자료의 일부


후회 없이 발표를 마치고 난 다음, 내심 기대를 했다. 심사위원 분들이 굉장히 칭찬도 많이 해주셨고, 단기간에 제안한 아이디어 치고는 완성도도 높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ICT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우리는 아이디어톤이라고 해서 정말 그 현장에서만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큰 상을 수상한 대부분의 팀의 경우 미리 어느 정도 구현을 했거나 코드를 짜 왔다는 것을 아이디어톤에 참가하면서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 팀이 우수한 성적을 내기도 했기에 완성도보다는 아이디어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줬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이다.


현장 분위기와 수상




그 당시 팀원들과 아이디어톤이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는 "무박 1일은 다시는 못 참가할 것 같아!"라는 대화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니, 내가 살면서 그렇게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단시간에 집중해서 디벨롭할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하기도 무척 피곤했고 진짜 조금만 자고 싶어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쭈그려서 쪽잠을 자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전부 추억이고 열정이었던 것 같다.


기술은 단순히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청사진 아이디어톤은 평소 내가 생각했던 불편 사항들 중 하나를 개선할 만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전 06화 데이터의 매력, 기획과 접목시키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