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라데이션 Feb 15. 2020

서비스 기획자의 꿈,
마케팅 인턴에서 시작하다(1)

SK텔레콤 T-WorX 인턴십 MNO 사업부


01 인턴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



"오, 이거 좀 좋아 보이는 걸?"


수많은 대외활동을 하면서도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다. 산업공학과의 특성상 여러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을 수는 있지만, '자기가 갈 길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기 때문이다. 현업에서의 경험이 취업에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이 많이 주어져 있지 않다. 스물세 살 봄, 그 맘 때의 나도 막연하게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학교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정말 우연히 SK텔레콤 인턴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나 기업 자체에 대한 전문성이 갖춰진 것이 아닌, 단순히 '대기업이니까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현업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던 것이다. 게다가, 선발 분야 중 '고객 조사'는 우리 학과 학생들이 자격요건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학과에서 배운 것을 현업에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다.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공고의 일부


결과는 운 좋게도 합격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자격요건과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고 지원하지 않은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지원서 항목은 단순하면서도 어려웠다. 인턴십 지원 동기, 그리고 관심 직무와 연관된 주요 경험을 우선순위에 맞춰서 작성하라고 했다. 담당 업무가 '고객 조사'라고만 되어 있고, 자격 요건에 UX전공자와 산업공학 전공자를 뽑는다는 두 가지 조건만 적혀 있었기에, 지원서 작성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홈페이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모든 분야는 고객 조사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나는 지원서 작성에 세 가지 포인트를 잡았다.


첫 번째로는 산업공학과를 원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점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UX전공자를 원한다는 것은 서비스 디자인과 관련된 것이라고 판단, 앱 서비스 디자인을 했던 경험을 언급하자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고객 조사는 모든 서비스의 기본이기 때문에, 공모전에 나갔던 경험을 활용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작성한 지원서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활동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포트폴리오를 통해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공학도이면서, 소셜 니즈와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과정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며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SK텔레콤 고객 조사 업무에서 일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대외활동 및 공모전에 수 없이 참가하면서 만들어진 넓은 시각은 어떤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SK텔레콤 인턴십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업무와 위에 작성했던 경험들은 어느 정도 일치했다. 고객의 니즈를 발견할 수 있어야 했고,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해본 경험이 분명히 도움이 되는 업무였으며 UX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면 유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속했던 부서는 '마케팅' 부서였다.



02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부서



"네? 마케팅이요?"


입사 첫날 전사 OT를 끝내고 둘째 날 사업부 OT를 진행하기 위해 모였다. 주변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유난히 경영학과 학생들이 많았고, 내가 인사한 사람들 중에서는 공대생이 없었다. 처음에 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니즈를 조사하거나, 문제점을 찾아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안하는 업무와 관련된 부서에 배치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직군은 구체적인 업무가 무엇인지 나와있는데 내가 배치받을 부서에 대한 정보는 몇 가지 힌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입사 전 전달받은 배정 부서는 MNO 사업부였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그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SK텔레콤은 크게 MNO사업부와 미디어/홈사업부, 서비스 플랫폼 사업부, 그리고 IoT/Data 사업부가 있고 그 외에 수많은 팀과 Unit으로 나뉘어 있었다. 입사를 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기준은 2018년 때 알고 있는 내용이 바탕) 


마케팅이라니. 대외활동을 하면서 이것저것 했던 것이나, 공대 냄새가 물씬 나는 공모전을 참가하면서도 '마케팅'에 대한 지식은 문외한에 가까웠다. 단 한 번도 직접적인 마케팅 경험이 없었으며, 수업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이에 대한 정의와 예시에 대해 들은 적이 없었다. 그저 마케팅이랑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직군이고, SNS나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서비스를 알리는 것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아무튼, 사업부 OT가 끝나고 난 다음에는 각자의 부서로 배치를 받았다. 내가 속했던 부서에서 다루는 서비스는 '클라우드베리'와 'T전화'였다.


오티 당일에 받은 사원증과 사무실 밖 풍경


03 마케팅,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기본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하셔야죠"


우리 부서는 특이하게도 한 층 안에 그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앱을 만드는, 그리고 마케팅을 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마치 스타트업의 구성 요소와 비슷했다. 물론 그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처음에 입사해서 이것저것 등록하고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매니저님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사실 그 당시에는 마케팅에 대해서 크게 전문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태 했던 대외활동에서도 그저 감만으로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어떤 마케팅적인 활용 방안이 있을까만 고민했다. 그렇게 입사 후 2주가 지났을 시점,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지를 매니저님들 앞에서 간단히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에 자신 있었던 나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하셔야할 것 같은데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 충격적이었다. 나름 서비스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여러 활용 방안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적으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매니저님들에게 들었던 피드백은, 마케팅은 그 어떤 직군보다도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매력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감'이 아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마케팅은 최종 발표를 제외하고는 보여주는 것들(피피티나 문서화 작업)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하나씩 메모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셨다.


처음으로 받았던 명함과 아이디어 제안을 위해 작성하던 보고서


그 이후, 약 1주일 정도는 서비스에 대해서 정말 많이 찾아보고 부서 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데이터 분석 툴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리텐션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알아보았다. 과거에 했던 프로젝트가 어떤 것이 있는지, 요즘 트렌드는 어떠한지, 그리고 다른 경쟁사나 SNS에서 유명한 마케팅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조사했다.


서비스 자체에 대해 이해하다 보니 어떤 부분을 활용하여 그 매력을 어필하면 좋을지와 그 매력을 YT를 대상으로 어떤 식으로 보여줄 지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기각당하다가 메모지에다가 써 내려간 한 아이디어에서 매니저님이 "그래요, 제가 말했던 마케팅 방안이 이런 거였어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때 인정받았다는 그 느낌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서화에 집착하지 않고 수 많은 아이디어 도출 방안을 고민했던 흔적





처음 출근을 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큰 회사 규모에 놀라고, 각종 복지 혜택과 매니저님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의 열정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더블체크하는 섬세함도 배울 점이었고 회사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었다.


단순히 학교에서 뽑혀서 가는, 대충 겉으로만 경험할 수 있는 인턴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업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다. 그곳에서 했던 일들은 다음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 08화 경험 + 이론 = 더 나은 서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