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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 Hyuk Choi Jul 09. 2020

당신이 호주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_11

세 자매 바위에 얽힌 슬픈 전설


[호주 여행 10일 차] 멸종 위기 종()을 만나다.

호주 여행 10일째, 호주 여정에서 처음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날이다. 차를 빌려 블루 마운튼 국립공원(Blue Mountain National Park)에 가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투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7시 30분 킹스크로스 역 앞에서 투어 버스를 타고 일정을 시작했다. 시드니에서 블루 마운튼 국립공원까지는 약 1시간 20여분이 소요되는데, 중간지점(시드니에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한 페더데일 야생 동물원(Featherdale Wildlife Park)에 들러 호주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을 만나 보았다.

페더데일 동물원 입구

페더데일 동물원은 약 280종 1,400여 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는데, 특히 멸종 위기종인 태즈메이니아 데블(Tasmanian Devil)과 빌비(Bilby)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물원 입구에 들어서자 쇠 푸른 펭귄 떼(little Penguins, 사이즈가 작아서 요정 펭귄(Fairy Penguins)이라고도 불린다. 멜버른 여행 중 방문하게 되는 필립 아일랜드에 서식하는 펭귄과 같은 종이다. )가 방문객들을 반겨주었다. 쇠 푸른 펭귄은 크기가 33~43cm로 펭귄 중에서 가장 작은 종으로 보는 순간 인형이 걸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호주 여행 중 ‘나만의 귀여운 동물’ 랭킹 2위에 해당한다. 대망(?)의 1위를 차지한 녀석은 로트 니스트 아일랜드(Rottnest Island)에서 만난 쿼카(Quokka)인데 이 책의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앙증맞은 크기의 요정 펭귄
타즈마니아 데블

귀여운 펭귄들을 만나고 나서 멸종 위기 종인 태즈메이니아 데블과 빌비를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우선 태즈메이니아 데블을 찾아갔다. 태즈메이니아 데블은 유럽인들이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때 기괴한 울음소리와 흉측한 외모 때문에 ‘악마’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악마’ 보다는 반달곰의 축소판처럼 보였다. 몸은 검은 털로 뒤덮여 있고 가슴에 반달 모양의 흰털이 나 있으며 성향이 호전적이기 때문이다. 태즈메이니아 데블의 크기는 57~62cm(몸무게 6~8kg) 정도인데, 무시무시 한 건 42개의 이빨을 사용해서 한 번에 자기 몸무게의 반 정도까지 먹이를 먹어 치운다는 것이다.

데블의 특이한 습성 중 하나는 짝짓기 방법인데, 짝짓기 시기가 다가오면 데블 수컷은 마음에 드는 암컷을 자신의 서식지로 끌고 가 새끼를 낳을 때까지 가두어 둔다고 한다. (‘악마’가 맞긴 맞는 것 같았다.)

 

빌비

또 하나의 멸종 위기종인 빌비는 긴 코 쥐라고 불리는데, 호주에 유럽인들이 이주하기 전에는 큰 빌비와 작은 빌비 두 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1950년대에 작은 빌비가 멸종했고 나머지 한 종도 멸종 위험 군에 속해 있다. 이에 호주 정부는 빌비 객체 수 증가를 위해 여러 방안으로 검토 중인데, 그중 하나가 부활절 초콜릿 디자인에 빌비를 적용하여(토끼 디자인 대신)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빌비 보호 사업에 사용하는 것, 그리고 2000년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지방을 시작으로 빌비의 방사가 진행 중이다.

호주에서만 서식하고 거기에 더해 호주에서도 보기 힘든 두 멸종 위기종이 오래오래 인류 공존하기를 바라며 다음 목적지인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참고]

투어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블루 마운튼에 가는 방법

시드니 중앙역에서 카툼바(Katoomba)까지 기차로 이동(약 2시간 소요) 한 후, 카툼바에서 버스를 타고 시닉 월드(Scenic World) 케이블카 등 주요 관광지로 이동한다.


블루 마운튼 공원에 얽힌 세 자매의 슬픈

동물원 관람 후 50여분을 차로 이동해 블루 마운튼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이 지역의 지명이 ‘파란산’(Blue Mountain)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광대한 유칼립투스 숲의 영향이 크다.

블루마운튼 국립공원 전경

유칼립투스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하며 지속적으로 작은 기름방울을 발산하는데, 이런 작은 기름 방울이 수증기와 섞이고 햇빛이 반사되면서 독특한 색을 띠게 된다.

국립공원 주차장은 에코 포인트 카툼바(Echo Point Katoomba)라 불리는 전망대와 이어져 있어 블루 마운튼의 랜드마크인 세 자매 바위(Three Sisters)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가이드는 일 년에 수백만 명이 찾아온다는 세 자매 바위에 얽힌 슬픈 전설을 이야기해 주었다.

세자매 바위

아주 먼 옛날, 카툼바 부족장은 아름다운 세 딸(Meehni, Wimlah, Gunnedoo)이 있었다. 그녀들은 네핀(Nepean) 부족의 세 형제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부족의 법은 그들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화가 난 세 형제는 부족 간 전쟁을 일으켜 세 자매를 납치하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방금 만났던 ‘태즈메이니아 데블’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두 부족 간의 전투는 치열했고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때 세 자매의 안전을 걱정한 카툼바 부족의 주술사는 세 자매를 바위로 만드는 주술로 그들을 보호하려 했다. 그 덕분에 세 자매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카툼바 주술사가 전쟁 도중 죽임을 당한 것이다. 즉, 주술에 걸린 세 자매를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주술 비법을 혼자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세 자매 바위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마법을 풀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세자매는 언제쯤 주술에서 풀려날까?

가이드에게 세 자매의 전설에 대해 듣고 나서 본격적인 블루 마운튼 관광을 시작했다. 블루 마운튼 국립공원의 면적은 2,690 km²에 이르는데 이는 제주도 면적(1,849 km²)의 1.45배에 달한다.  워낙 광대한 지역이기에 효율적인 관광을 위한 케이블카 및 여객 철도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이런 시설은 크게 3가지(시닉 스카이웨이(Scenic Skyway), 시닉 레일웨이(Scenic Railway), 시닉 워크웨이(Scenic Walkway)로 구성되어 있고,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면 하루 동안 자유롭게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다.


시닉 스카이 웨이(Scenic Skyway)

협곡으로부터 270m 높이의 절벽과 절벽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하고 그 사이(720m)를 케이블카가 왕복하는 형태다. 케이블카 안에서는 툼바 폭포 (Katoomba Falls), 쓰리 시스터즈 (Three Sisters) 및 자미 슨 밸리 (Jamison Valley)의 수평선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있으니 바로 투명 유리 바닥을 통해 열대 우림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닉 스카이 웨이


시닉 케이블 웨이(Scenic Cableway), 시닉 레일 웨이(Scenic Railway)

협곡 아래 산책로(Scenic Walkway)가 위치한 자미슨 계곡(Jamison Valley)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케이블 카(Scenic Cableway)를 타는 것, 또 하나는 기차(Scenic Railway)를 타는 것이다. 케이블 카를 타면 230m에 달하는 카툼바 폭포(Katoomba Falls)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가차를 타면 급경사로를 내달리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참고로 속도가 빨라지면 배경음악도 템포가 빨라져 긴장감을 더한다. (개인적으로 기차가 마음에 들어 2번 왕복했다.)

시닉 레일 웨이

시닉 워크 웨이(Scenic Walkway)

시닉 케이블 웨이와 시닉 레일 웨이를 통해 협곡 아래쪽에 도착하면 2.4km에 달하는 열대 우림을 산책하는 시닉 워크 웨이가 펼쳐져 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쥐라기 공원에나 있을 법한 특이한 모양의 식물 군락은 물론 옛 광산의 유적과 이를 동상으로 재현한 전시물이 눈길을 끈다.

시닉 워크웨이에서 올려다 본 협곡

시닉 워크 웨이를 돌아보고 협곡의 정상으로 돌아와 점심 식사를 했다. 식당은 세 자매 바위를 바로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앵거스 햄버거에 호주의 대표 맥주인 빅토리아 비터(Victoria Bitter)를 곁들여 식사를 했다.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앵거스 햄버거를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블루 마운튼의 또 다른 전경을 살필 수 있는 레이디 달리 전망대(Lady Darley Lookout)로 향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블루 마운튼 국립공원의 모습은 한 마디로 ‘광활’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원시림 지대가 펼쳐져 있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도 두 눈에 담아지지 않는 풍경은 미국 그랜드 캐니언의 그것과 견줄 만했다.

너른 풍경을 한참 감상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보너스로 또 다른 절경을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가이드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일행은 차에 올라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곧은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멧돼지 머리 전망대(Boars Head Lookout)였다.

레이디 달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블루마운튼 국립공원

차에서 내려 전망대로 걸어가며 왜 ‘멧돼지 머리 전망대’인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은 오래지 않아 해소되었다.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가 멧돼지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이 빚은 조각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풍경을 감상했다.

한동안 ‘멧돼지 머리’를 관찰하다 보니 ‘멧돼지’ 보다 닮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었다. 그저 개인 의견이지만 머리 형상을 한 바위와 이어진 산등성이를 보면 ‘거북선’이 떠올랐다. 만약 이 바위가 한국에 위치하고 있었다면 ‘거북선 바위’ 정도로 불리지 않았을까? 상상을 나래를 펴며 마지막 여정인 루라(Leura)로 출발했다.

멧돼지 머리라고 불리는 암석인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거북선을 더 닯아 보인다.

[Tip] 블루 마운튼에서 며칠 더 머문다면 3억 4천만 년 전 생성된 석회 동굴인 제놀란 동굴(Jenolan Caves) 투어와 칼로 자른 듯한 날카로운 형상을 한 발쳐 전망대(Baltzer Lookout)의 행잉 락(Hanging Rock)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자연경관에 관심이 많은 방문자에 한해서 말이다.


장난감 보고 레이저 분수쇼 보고

루라는 인구 4,600여 명(2016년 기준)의 소도시로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관심을 끄는 관광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장난감 & 기차 박물관(Leuralla NSW Toy & Railway Museum)이었다. 평소 피겨를 수집하고 있고 은퇴 후에는 피겨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라 여행할 때 장난감 박물관을 찾아서 방문하고 있다.

시드니로 출발하기까지 약 1시간의 자유 시간이 있어 서둘러 박물관을 찾았다. 토이 박물관에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의 주석 장난감부터 현대 피겨까지 다양한 장난감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2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태리 토리노에서 만들어졌다는 렌치 인형(Lenci Doll)이었다. 펠트 소재로 만들어져 손으로 채색을 해서 만든 이 인형은 마치 생명이 깃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밤에 불을 끄고 보면 섬뜩할 것 같았다.)

섬뜩한 눈빛의 렌치 인형

여기에 더해 다양한 바비 인형, 테디 베어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 가이드는 테디 베어의 원래 1909년 독일에서 만들어졌고 그 이름이 원래 스티프 베어(Steiff Bear)였다는 것과 미국의 루즈 벨트 대통령이 사냥에서 곰을 살려준 일화가 유명해지며 그의 애칭이었던 ‘데디’(Teddy)가 인형의 원래 이름을 대체하게 되었다는 등의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었다. 장난감 박물과 관람을 마치고 외부에 있는 철도 모형 전시물을 둘러보고 시드니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시드니 올림픽 주경기장에 들러 기념 촬영을 하고 근처 선착장에서 시드니로 향하는 페리를 탔다. 페리는 파라마타 강(Parramatta River)을 거슬러 시드니 서큘러 퀴 선착장(Circular Quay Wharf)으로 향했다. 선상에 나가 파라마타 강의 풍경을 감상했다.

페리에서 바라본 파라마타 강 풍경

선착장에 도착하니 피로가 밀려왔으나 전날 확인한 비비드 축제(Vivid Sydney) 프로그램 중 하나인 레이저 분수쇼(Laser Light Show)를 관람하기 위해 달링 하버로 이동했다. 공연이 열리는 선착장에 도착하니 저녁 7시였다. 주변에 있는 가판에서 핫도그를 구입해 먹고 공연 시간(7시 30분)까지 기다렸다.

선착장 한편에 기대 졸고 있는데 웅장한 음악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눈 앞에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분수와 분수를 스크린으로 활용해 구현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화염과 레이저가 쇼의 연출을 도와 긴장감을 배가 시켰다. 다양한 연출과 효과 때문인지 10분간의 공연이 마치 순간에 마무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 그대로 ‘순삭’이었다.) 달링하버에서 레이저 쇼를 감상하고 숙소로 돌아와 홀로 와인을 마시며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했다.

달링하버 분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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