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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Nov 02. 2022

보기 좋은 부부가 될 지도 몰라요

22.11.02(수)

오랜만에 찾은 오전 반 수업. 선생님께서 부적처럼 여기는 요가원 그림들이 효험을 발휘하고 있는 까. 늘 우리 부부만 나와 수련하는 것이 신경 쓰였는데, 처음 만난 두 분과 함께 하게 되었다. 두 명에서 네 명으로, 요가원에 상승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처음으로 스탠딩 자세를 배웠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직 오금이 펴지질 않다 보니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을 수가 없고 중심이 많이 흔들렸다. 서서하는 자세들은 허벅지 힘과 균형감각이 중요한 것 같은데, 팔다리가 가늘고 복부와 등에 살이 찌는 타입인지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부장가 아사나'는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들었다. 내 자세를 볼 수가 없으니 뭘 잘한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니콜도 엄지 척을 해주었다.


생각해보니 돈을 내고 운동을 배우는 것이 처음이다. 헬스클럽 정도는 다녀봤지만 개별 트레이닝을 받아본 적은 없다. 돈을 내긴 했지만 큰 금액이 아니고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혼자 깨작거리다 오는 수준. 한 달 다니다 끊기를 밥 먹듯이 했던 것 같다.


운동뿐만이 아니다. 뭐든지 쉽게 타오르고 쉽게 사그라든다. 커피도, 목공도, 기타도, 소질이 없는 건 아닌데, 어느 수준 올라가고 나면 더 이상의 욕심이 사라진다.

요가의 경우 조금 다른 것이, 그 다지 불타오르는 감정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저 어느 날 문득, '나도 요가나 해볼까?' 하는 식, '오늘 볕이 좋은데 이불빨래나 해볼까?', '비도 오는데 부침개나 한 장 부쳐먹어 볼까?' 같은 가볍고 즉흥적인 기분이었다.

어차피 내 비루한 몸에 큰 기대 따위 없으니, 엄청난 요가의 마스터는 몰라도 오래 하는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니콜과 함께 아침 요가를 다녀와서 동네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수목원에 가서 지압돌을 밟는 루틴이 너무 좋다. 부부가 함께 하며 공통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도 똑 같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하루하루 내 몸과 마음에 성실히 살다 보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보기 좋은 부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쇼윈도 아니고 진짜 보기 좋은 부부! ^^


선생님께서 내어주신 특별식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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