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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Aug 19. 2024

수면에 진심인 방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로 옷과 음식과 집이 있다.  

일상의 안전을 책임지는 요소이기도 하다. 계절감에 맞는 옷은 우리 피부를 보호하고 신선하고 양질의 재료로 만들어 먹는 집밥은 속을 건강히 채워준다. 집은 궂은 날씨와 추위로부터 우리를 안락하게 지켜준다. 나의 경우 여기에 양질의 수면생활이 더해진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것만큼 잘 자는 것 또한 중요하다.

수면시간이 8시간이라고 한다면 하루의 3분의1에 해당된다. 100세 인생이라고 가정했을때 33년정도의 시간을 차지하는 수면 생활은 결코 짧지 않다. 

잠을 뒤척이고 일어난 날이면 퉁퉁부은 얼굴과 찌뿌둥한 몸뚱이가 따라다닌다. 반면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날이면 가뿐한 상쾌함이 몸 구석구석 충만하다. 수면의 질은 하루의 태도와 그날의 컨디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숙면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잠들기 전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깜깜한 암흑 속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온라인 세상 속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은 가뿐히 자정을 넘긴다. 그제야 핸드폰을 밀어내고 눈을 붙여본다.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화면의 잔상이 뇌에 계속 따라다닌다. 그렇다고 대부분 중요하거나 의미가 있는 내용도 아니다. 지나면 기억나지 않는 무용한 데이터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면 직전에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숙면을 방해한다고 한다. 

두 눈은 무겁지만 바로 잠들지 않는다. 한참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든다. 

하여 숙면을 위해서 자기 전에 핸드폰을 꺼두거나 밖에 두고 자러 간다.      

호캉스가 즐거운 이유 중 하나는 편안한 잠자리일 것이다. 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새하얀 침대가 눈에 띈다. 나를 위해 단정하게 자리한 침구를 볼 때면 대접받는 기분이다. 움직일 때마다 사각사각하는 포근함은 쌓였던 피로를 한순간에 사르륵 녹아들게 한다. 

이 기분을 집에서도 느껴보기 위해 순면의 하얀 패드와 하얀 퐁신함이 가득한 이불을 애용하고 있다. 

특히 니트를 꺼내 입거나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 올 때면 이 구름 같은 포근함은 정점을 찍는다. 이불 밖은 위험한 세상이 되어 잠재된 게으름을 마구 불러일으키지만, 덕분에 수면 생활의 즐거움은 더 올라간다.     

그밖에도 물을 마시지 않기,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작업 하지 않기 등이 있다. 물을 마시고 자면 수면 중에 잠을 깰 확률이 올라간다. 자기 직전에 뇌를 많이 사용하면 활성화된 신경을 잠재우기에 시간이 걸린다. 이 또한 숙면의 방해 요소가 되기에 피해준다.

새벽녘 빛을 가려줄 암막 커튼도 필수다. 도톰한 그레이 암막커튼을 치면 모든 빛은 차단되어 아침까지 눈이 편안한 꿀잠을 보호해준다.      



위에 숙면을 위한 여러 가지 필요 요소를 나열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쾌적한 환경이다. 아무리 비싼 고급 호텔 룸이어도 청소가 안되어 지저분하거나 침구에 쌓인 먼지가 눈에 보인다면 즐겁지 않다. 그렇듯 집도 마찬가지다.

침구와 매트리스가 훌륭한 침대라 한들 그 내부와 주변에 먼지가 가득하다면 건강을 위해서,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 바꿔줄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로 8년차가 되어 침대를 비웠다. 매트리스 내부에 쌓인 먼지와 관리 하기 힘든 깔판 밑의 환경 때문이었다.      

안방에는 관리가 편한 우리 가족만의 침대가 있다.

캠핑용 자충 더블 매트 두 개와 이불요 두 개의 조합으로 완성됐다. 

이불요가 자충 매트의 딱딱함을 보완해준다. 처음에는 임시방편으로 급조한 침대였는데 어느덧 만족하고 쓰는 우리의 공식적인 침대가 되었다.

바닥 생활이 불편할까 염려도 했지만 기우였다. 높이가 낮다 보니 아이들이 자다 낙상할 염려도 없고 뒹굴면서 자도 부담 없다. 

매주 청소할때마다 침구는 분리해 세탁하거나 먼지털기 하고 자충 매트는 볕에 바짝 말린다. 

텅 비어있는 방과 마주하게 된다. 바닥부터 벽면과 걸레받이까지 닦고 먼지를 털고 나면 영혼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른 둘이 낑낑거리며 매트리스를 들고 깔판까지 올리고 청소하는 과정과 대조적이다.     


침대가 꼭 필요하다고 여겼던 생각이 고정된 관념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정관념을 비웠더니 삶에서 통제가능한 카테고리가 확대되었다. 직접 자주 관리하게 되면서 나와 우리 가족은 보다 양질의 수면을 누리게 되었다. 

오롯이 수면에 진심인 방에 들어가면 저절로 잠이 온다. 이 방에만 들어오면 수면이 더 쉽고 즐거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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