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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쉐친구들 Aug 20. 2020

여럿이 함께 짓는 농사, 굿어스그로워즈

[마르쉐 영국연수기_22] 협동조합의 방식, 청년들의 농장 경험

*2019년 8월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다시 드라이브 타임! 차에 타자마자 미친듯이 졸다가 어느 농장에 도착했다. 농장 투어 중 이동은 대부분 ‘차를 탄다 - 존다 - 도착한다’ 의 반복이라 시간이 얼마나 걸려서 어느 방향으로 왔는지도 모른채, 이번에도 오른손으로 눈꼽 떼고 왼손으로 머리를 추스르며 차에서 내렸다.

 

탁 트인 넓은 농장에서 은발의 머리와 수염이 멋진 농부 브라이언Brian이 맞아주었다.


우선 잘 정리된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섰다. 몇동의 하우스에서는 씨앗파종용으로  조그만 잎이 가득한 모판들이 허리 높이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하우스 안에서 깔끔하게 구역이 정리되어 자라는 온갖 허브와 꽃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부지런하고 꼼꼼한 농부들의 하루가 보이는 것 같다. 


이 커다란 농장은  우리가 당일 만나려는 쉐프겸 농부 댄 콕스Dan Cox가 포함된 여러 농장들의 연합체인 굿어스그로워즈Good Earth Growers 협동조합에서 같이 운영하고 있다. 

농부 브라이언 Brian

굿어스그로워즈는 우리가 이후 만나게 될 농부 션 오닐Sean O'Neil과 나투라Natoora 라는 유기농산물 유통회사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콘월 Cornwall 지역에 기반을 둔 독립 재배자 그룹이다. 굿어스그로워즈는 배달 파트너쉽을 가지고, 안정적인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신선한 고품질의 과일, 야채 및 샐러드를 전국의 레스토랑에 공급한다. 이 협동조합에 각 전문 분야에서 지구에 이로운 유기적이고 자연적 농사 원칙을 가진 농부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브라이언도 그 중 한명인 조합원이다.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3번 정도 수확해서 식품점과 레스토랑에 배송하는데, 나투라라는 유기농산물 유통회사가 해주며 자신들의 유기식품점에도 공급하고 런던내 레스토랑 배송도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브라이언은 이 공급체인 구축이 농가와 레스토랑이 함께 하는데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인데, 나투라가 함께하면서 아침에 따서 저녁에 보내는 방식으로 배송하기 때문에 신선하게 도착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농장 투어는 이 영국 연수의 이유였던 레스토랑과 농가의 협업 관계를 보는 한편, 한국도 영국도 배송 중심 시대라는 것을 겸허히 보고 온 시간이기도 했다. 안정적인 배송 구조를 갖추어 농장에서 수확한 것을 신선하게 바로 보낸다. 농부시장은 이걸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혹은 함께가는 방식일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이 커다란 순환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우스에서 나와 노지 밭으로 이동했다. 드넓은 농장에 모든 것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일부 밭은 벌레를 쫓기 위해 덮혀있는 그물망이 하얗게 물결 치는 것 같아, 바다를 보는 것 같기도 해서 풍경이 아름다고도 오묘했다. 


브라이언은 밭을 돌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농장은 기본적으로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오가닉 농장이고 소농으로 분류된다. 기계를 쓰지 않고 손으로 농사를 짓는 농장이라, 씨앗은 손으로 다 심는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옥수수랑 호박은 섞어짓기를 하는 등 자연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곤충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그물망을 덮어서 채소를 기르는 것이 특징적이라고 한다. 농장을 4부분으로 구획하고 돌아가면서 땅을 휴경해서 지력을 보강하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영국 유기농산물은 30% 정도 가격을 더 받고있고 급여도 좋아서 계속 이 농장에서 5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인근에 자신의 농장도 1에이커의 오가닉농사를 짓고 있는 부지런한 농부였다. 


제초는 손으로 하고 기계를 쓰기도 하는데. 채소밭 중에서는 양같은 동물이 뜯어먹게 하는곳도 있다고. 댄 콕스가 바로 이 부분에서 함께하는 것이었다. 


여름에는 농장에 20명 정도가 같이 일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농사를 경험하기위해 머무는 젊은이들로 농사만이 아니라 목공, 잼, 맥주 등등을 만들어서 방문자들에게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날도 농장을 돌아보고 중앙에 있는 건물로 들어서니 끝쪽 창고에서 한 청년이 전통 방식으로 나무를 깎고 있었다. 

조쉬Joshua Stone라고 본인을 소개한 그는 무동력 짜맞춤 목선반 기구를 직접 만들어서 나무 제품을 만들어 방문한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리드미컬하게 발로 밟아 만들어내는 회전력을 이용해서 나무를 깎는 기구는 사람과 함께 춤을 추듯 작동하여, 그 모든 움직임들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나는 한참을 지켜보며 조금 더 물어보았다.   


재료로 쓰이는 원목은 이 농장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직접 잘라서 2개월정도 건조시켜서 사용하고 있다. 전기도구를 안쓰는 이유는 너무 매끄럽지 않은 미감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기로 깎는 작업은 한쪽으로만 사용 가능하지만 이 기구는 여러 방향으로 사용이 가능해서 모양도 다 다르고 속도며 힘이며 직접 컨트롤이 가능한게 매력이라고 한다. 목공은 1년 전에 시작했는데, 전공인 세무회계가 자신과 맞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일을 해 보기 위해 와있으면서 농업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조쉬는 농장에 기거하면서 일종의 물물교환의 방식으로 주 2일 정도 농장일을 하고 나머지는 그릇을 만드는데, 장기적으로도 농사짓는 일을 해 보고 싶다고 한다. 함께 농사짓고 있는 다른 친구도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곳에서 농사를 배웠고 9월이면 런던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농장을 떠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여러 젊은 친구들이 이런 방식으로 머물며 이 농장에서 농사를 경험하고 자신의 시간을 다양하게 만들어보고 있다고 한다.   


내겐 오랜 꿈들이 몇가지 있는데, 좋게 말하면 낭만적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철없는 생각일 수 있겠다. 그중 하나가 전국을 떠돌며 농가의 일손을 돕고 내 작업을 하면서 살아보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고 곤궁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게 된 지금도 간혹 떠오르곤 한다. 


조쉬가 작업하는 모습에서 내 낭만적 꿈의 결정체,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만드는 삶의 모습이 보였다. 투박하고 생생하게 짠내나는, 일과 삶이 엮여 만들어낸 질감이 나무 그릇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길고 다양한 삶의 과정에서 짧은 시간일지라도 이런 농장 생활의 경험이, 손에 만져졌던 그 생생한 생활의 촉각이, 삶의 결을 만들어 줄 것이다. 남녀노소를 떠나 그런 결을 지닌 사람에 혹 매력을 느끼는 것도 내 오랜 낭만적인 습성 중 하나겠다. 아~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낭만에 대하여~~ ♬ 

그날 저녁은 농장에서 다같이 저녁식사를 만들어먹을 예정이므로, 채소들을 좀 수확하기로 했다. 이 지역이 농사에 적합하다고는 하나 정말 모든게 커다랗고 탐스럽게 잘자라고 있었다. 그물망 아래에서는 주로 잎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풀들도 빼곡히 같이 자라고 있었다. 적양배추를 하나 뽑으니 상반신이 다 가려질 정도로 크다. 커다란 겉잎들을 한참 떼어내자 그 안에 커다란 꽃봉오리같은 적양배추가 나타났다. 이 협동조합 농부들은 농사의 고수들임이 분명했다. 

채소박스를 들고 다니면서 이것 저것 수확하는데, 한국에서 쉽게 못 본 아티초크같은 서양 채소들도 따면서 중간 중간 맛도 보고, 길가에서 넘실대는 산딸기도 따먹고, 말그대로 커다란 꽃같은 채소다발을 들고 춤도 추고, 천하태평 오리와 닭도 보고, 한적하고 아름다운 농장 풍경을 보며 농장 중앙 마당으로 돌아오니 댄 콕스Dan Cox가 와있었다. 우리는 고스니팜의 프레드와 함께 댄도 아주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송수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댄은 바로 양들을 키우는 목장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글: 마르쉐친구들 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운영합니다. 

먹거리를 중심에 두고 삶을 연결하는 일들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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