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마크 Oct 28. 2020

별일 없이 산다

인생 다이어트, 그런 건 없어. 그냥 인생이 다이어트야.

          예전에 읽어서 출처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주장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학습할 때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요소는 대략 사람이 50%, 경험이 30%, 책이 10% 라고요. 퍼센테이지도 사실 정확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배울 때, 달리 말하면 변화를 겪고 받아들여야 할 때 주변 사람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거지요. 그래서 그런 얘기들 많이 하지요. 부자가 되려면 부자 친구 옆에 있어야 된다든지, 행복하고 싶으면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태어나야 한다든지 하는 말이요.

          말해 뭐할까 싶지만, 전 꽤 평범한 사람입니다. 아니, 전체적인 스펙으로 서열을 따져본다고 할 때, 친구 두 명과 같이 있으면 제가 세 번째, 친구 네 명과 같이 있으면 제가 네 번째 정도 되는 사람일 겁니다. 왜냐하면 전 저랑 만나주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배울게 많아서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몇 없긴 하지만, 아직도 절 만나주는 친구들을 졸졸 쫓아다니며 살고 있습니다. 나 좀 계속 만나달라고요.

          그런 제가 다이어트라는 걸 꽤나 진지하고 또 즐겁게, 생각보다 오랜 기간 유지하는 걸 보며 친구들은 궁금해합니다. (정말? 맞지, 친구들아?) 저 때문에 운동을 시작해본다는 친구나 저를 보고 물을 더 많이 마셔보려고 한다는 친구를 보면 내심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별일 없이 산다>는 말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제목입니다. 이것도 출처가 가물가물 한데, 장기하 님이 어떤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너 요즘 어떻게 지내?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나 엄청 힘들어, 나 너무 바빠, 우울해, 이런 대답을 예상한 그 사람에게 “나? 별일 없이 살어.” 이렇게 대답하는 게 진짜 쎄보이는 거 같다고요. 그러니까 노래 가사를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라고 쓰셨겠지요.

          다이어트 하면서 어떻게 살아? 이 맛있는 음식 다 못 먹고, 먹고 싶은 만큼 다 못 먹고 어떻게 살아? 어떻게 그 힘들고 귀찮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살아? 어우, 난 그렇게 못 살 꺼 같애.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꼭 힘주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깜짝 놀라셨나요? 정말 깜짝 놀라기에 충분한 얘기입니다. 훗. 저는 다이어트 하면서 참 별일 없이 삽니다. 지루하고 때론 힘들어 고통스러울 때가 없진 않지만, 하루하루, 매일매일, 신나게 삽니다.


          작가이자 동기부여 강사였던 짐 론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하겠습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다.” 여러분의 평균은 어떠신가요? 혹시 저처럼 졸졸 쫓아다닐 친구들이, 다이어트 영역에서는 딱히 없는 거 같다면, 스스로가 그 첫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대가를 받지 않는 사랑을 주는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성숙입니다. 스콧 갤러웨이 교수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맹목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랑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고, 우리가 상대에게 준 사랑에 대한 보답을 받으면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단계인 완전하게 주는 사랑은 영원하다.”

          물론 다이어트는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겁니다. 내가, 널 사랑해서 이렇게 다이어트를 하는 거야! 이런 건 아무래도 좀…… 오바스러운 느낌이 있지요. 하지만 뭐, 나한테도 좋은 일을 하면서 내 주변 평균도 높여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아니겠어요? 적어도 나쁠 일은 아닌 거 같고요. 뭣보다도 진짜, 이게 끝내주게 재미있다니까요.


          식단과 운동에 대해, 꾸준히 하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정리하면서 제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직접 겪는 과정이, 변화를 경험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과정이, 그러면서 저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절 행복하게 해줬고, 아마 전보다는 아주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되게 해 준거 같습니다. 음, 바라건대 말이지요.

          평생을 해 나갈 일, 평생을 해도 부족할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 그 재미를 느껴보시길. 그리고 소중한 당신만큼이나 귀한 당신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에너지를 건네주시는 사람이 되시길.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이 건강하고 아프지 않길, 간절히 염원합니다. 그 작은 마음들이 모이면 언젠가, 우리 모두 별일 없이 사는 세상도 오지 않을까, 바래봅니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이전 12화 한다면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