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일지
글쓰기를 계속 머뭇거리다가 겨우 글을 이어 본다. 난 영성에 대해 아는 지식은 짧은 편인데 느낌으로 먼저 닿아 찾아보고 배우다가 알게 된 경우였다. 스님들은 대부분 아시는 알음알이의 영성지식을 가지고 확인하는 식이었는데 시절마다 선지식이 계셨다.
나는 뚜렷하게 보이는 게 있거나 식스센스정도의 식별능력은 아니고 아주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에 정보가 많이 전달된다. 좋은 느낌도 전달되지만 어리고 담력이 작았을 때는 무섭고 말로 전달하기 힘든 것들도 많았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정보가 내게 계속 접촉이 된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참 어려운 일상이 된다. 그 분야에 대해 아는 정보가 있는 사람은 아예 무속일을 하게 되거나 할 테지만 많은 곳에 찾아가 봐도 그쪽은 아니라는 말 뿐이었다. 그저 영이 맑아 보이는 것일 뿐 그 자체를 너무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그런데 그런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접촉은 나이가 드니 삶으로 다가오는 게 많고 이해가 깊어져서일까?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이 무게로 다가와 힘이 부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는 선지식이 만나졌던 것 같다.
내가 어떤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고 해도 이미 그분들은 나의 문제를 잘 알고 계셨고 말씀으로 그럴 때마다 선지식들은 강하게 메시지를 남기셨다.
"괜찮다. 넌 아무 문제없다. 사람은 정신이 있어야 해~!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꼭 기억해라. 그 어떤 신이 와도 너는 어떻게 못한다. 걱정하지 마라!"
이 말씀을 내 가슴깊이 심어주신 분은 엄마가 모셨던 큰 스님이셨다. 그 큰 스님이 입적하실 때 인연을 먼저 맺으셨던 엄마도 갈 길을 잃은 중생심에 한참을 힘들어하셨다. 이제 누구한테 어디로 가야 되는지 물을 길이 없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런 간절함이 닿았을까.
큰 스님만큼 인연이 깊어지진 않아도 짧게 짧게 정신을 잡을 수 있게 이끌어줄 보살님, 스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째 좋은 스승만 인연이 있었을까? 잘못된 스승을 만나 고생을 한 적이 있어 힘들어했을 때도 신기하게도 도움을 받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때는 시골 작은 절을 맡고 계신 주지 비구니 스님이셨는데 나의 눈빛만 보고도 흐려진 정신력을 알아채시고 다시 회복할 수 있게 잠시 절에서 지낼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 비구니 스님은 혼자 있을 때 내게 말씀해 주셨다.
"누가 이렇게 날개를 다 꺾어놨어~! 아주 기를 못쓰게 만들어놨네~! 걱정하지 말아~! 이제 다 지나갔어. 이제 날개를 펴고 훨훨 날고 살아~! 이제 걱정하지 말아~"
그때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스님의 도움도 받았다. 그때 스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사람이 정, 기, 신( 精氣神 )이 바로 서야 하는데 기가 다 빠져버렸어. 기력을 보충해야겠다. 괜찮다. 아무 문제없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즐겁게 살고 많이 웃고 잠도 푹 자거라. 걱정할 거 없다. 아무 문제없다. 어디에 가서 뭘 배우든 불안함을 가르치는 곳은 안 좋은 곳이고 나쁜 곳이다. 극단을 가르치고 선을 긋고 사람을 불안함을 계속 일으키는 곳은 좋은 곳이 아니야. 항상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자리를 가르치는 곳이 좋은 곳이야 "
그렇게 시간이 한참을 지나고 나는 일반 사람들처럼 회복돼 잘 지내고 있다. 이따금 불안이 올라오고 내 기력이 약해질 때쯤 선지식이 나타나 도움을 주셨다. 작년에는 갑자기 인연이 된 보살님은 나를 보자마자 반가워하고 좋아해 주셨다. 미소를 지어주시고 내가 마음을 내는 모든 것에 긍정적으로 칭찬을 가득해주셨다.
내가 보이지 않는 것과의 접촉을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다. 그런 것으로부터 오는 불안함도 있고 이러다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근본적인 불안이 있다. 그 불안을 알아보시고는 이 분도 마찬가지 역할을 해주셨다. "다 괜찮다. 그냥 영이 맑아서 그런 것뿐이야. 기도를 많이 해라~! 천년고찰은 그 터의 힘이 바르고 좋기 때문에 기운이 약해질 때는 거기에서 기운을 좀 받아봐. 기도를 많이 해라. 기도의 공덕은 무시 못한다. 눈감고 죽는 순간 알게 될 때는 이미 늦은 거야. 살아있을 때 항상 웃고 항상 밝게 살고 사람들에게 좋은 말 많이 하고 기도를 생활로 살아라. 항상 기도하며 지내라"라고 해주셨다.
그 말씀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기도를 쭉 이어 오고 있었다.
그렇게 시키시는 대로 집에서 제일 가까운 천년고찰 방문도 하고 백일기도도 계속 드리고 회향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지금쯤 나는 어디쯤 왔는지 알려주는 선지식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기도를 드렸다.
그렇게 2025년이 되자 신기하게 이번에 또 우연히 선지식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스님과의 인연에서는 내가 어떤 것을 배우게 될지 내 가슴에 새기게 될지 궁금하다.
내가 지난날 잘 배운 것과 잘 못 이해한 것들이 바로잡아지길 기도한다.
이 모든 나의 어리석음과 다듬어져 가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등불이 되어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리고 나를 스쳤던 기억조차 되지 않는 수많은 선지식, 스승님들께 깊은 감사한 마음이 전달되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