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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퍼즐

by 미니작업실

보이는 길을 만드는 것은 사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나의 업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우리의 현실은 자신을 투과한 빛의 그림자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그림자를 보고 우리는 현실을 지각한다. 그런데 현실을 지각하는 것도 삶을 들여다보는 눈이 많고 넓을수록 세상이 입체로 다가온다. 세상이 입체로 다가오게 되면 표면적으로 지엽적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통째로 이해가 되기 때문에 훨씬 더 지혜로워지고 자신 앞에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 더 나은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관계에 대한 지각, 물건을 이해하는 지각, 환경을 보는 지각 등등 여러 가지 감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면 세상과 소통하는 자신의 감각에 초점이 자주가 있어야 한다.

명상을 할 때 숨에 집중한다. 숨에 집중하면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 그 과정에서 살갗에 닿는 온도까지 섬세하게 느껴진다. 그러한 감각을 세우다 보면 처음에는 감촉에 예민해지다가 점점 세상을 이해하는 인과법에 대한 섬세한 감각도 느껴지고 사람의 숨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감정이 어떤지도 알 수 있는 단서로 생각하게 된다. 각각의 캐릭터마다 다른 느낌으로 연출하고 연기하는 배우들처럼 일반 사람들도 사실은 자기의 수행력을 넓히고 깊이 파헤치는 연습이 필요하다.

수행은 다방면으로 길이 열린다. 선생님이 계실 수도 있고 순간순간 선지식을 만나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점검을 받을 때도 있다. 또 의식 수준에 따라 사건으로 다가와 과거의 안 좋았던 인연들을 모두 놓아주는 작용으로 인연이 쓰일 때도 있다. 그 인연법은 가깝게 있을수록 자신을 갈고닦는 수행의 또 다른 확장판이 된다. 그 어려운 길을 잘 넘어가고 지혜롭게 여여하게 넘어가는 연습이 될수록 삶이 순탄해지고 자신은 확장된다.

자신이 확장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실수까지도 보는 나 같은 느낌의 확장이다. 상대방의 아픔이 내가 아픈 것 같이 느끼고 상대방의 어리석음이 내가 실수하는 것처럼 분노하게 되는 것도 나의 확장이다. 그 느낌이 다가오는 것은 세상사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지만 그걸 좋은 감정으로 승화하는 과정이 수행이라고 한다.

우리는 틈틈이 수행을 할 수 있는 몸체를 만들고 촉을 세워야 한다.

세상살이 힘들다고 일이 없다고 너무 답답하고 길이 꽉 막혀있다면 수행을 하라는 우주의 힌트, 신의 속삭임 등등이라고 할 수 있다. 진리는 함께하고 싶어 하고 진리는 항상 편안한 자리를 안내한다.

나의 깊은 심연에 마음 줄을 들여놓는 순간 내게 들어왔던 수많은 번뇌자리가 갈길을 잃고 쉬게 된다.

수행에 길이 있을까? 자신의 발걸음 방향에 맞춰 걸음걸음 나아가면서 자신만의 퍼즐을 채워 나가는 것이다.

마음의 의도가 순수할수록 그 퍼즐의 조각이 크게 나타날 때도 있고 잘못 생각한 마음자리 하나가 열심히 맞춘 퍼즐을 잃게 만들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런 풍파도 사실은 내가 이겨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10년 치의 수행을 한 번에 끝내버릴 수도 있다. 수행의 목적은 자신의 마음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돼서 서서히 마음자리의 고요함이 일상과 다름이 없는 상태가 될수록 자신은 지혜로워지고 마음에 사랑과 자비심이 가득해진다. 그 마음자리를 계속 확인하고 유지할 수 있게 연습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한다.

그 수행이 어느 순간 수행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일상이 되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 될 수 있고 자신이 어느 정도의 선에 올라왔을 때만이 만날 수 있는 인연이 있고 그 인연을 통해 자신이 달려온 길, 자신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알게 된다. 알든 모르든 수많은 맑은 영혼의 수행자들에게 깊은 사랑과 애정을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 더 정진할 나에게도 잘 부탁한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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