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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정진하기

by 미니작업실

어린 시절에는 뭐든 끈기 있게 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것도 잘 안되면 좌절이 심했다.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면 '나의 한계'에 '환경의 부족함'에 쉽게 좌절하고 분노했다. 나는 내 최선의 양을 마치 최대한 열심히 한 것으로 착각한 적도 많다. 그땐 열등감도 참 심했고 그만큼 칭찬에도 많이 휘둘렸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로 실력을 닦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감정에 휩싸여 본질적인 노력을 등한시한 적이 많았다.


한참 성장기 때는 이런 짓궂은 내 성격 탓에 엄마가 참 많은 조언을 해줬던 것 같다.

조금만 힘들면 안 하려고 하고 부끄러워하고 튀어나오려고 하던 모습에서 점점 버티는 나를 단련시켰고 그저 그 시간만 때우던 나에서 성장에 초점을 맞춰가게 되었다.

또 똑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을 엄청 바라고 꿈꾸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자각시켜주셨다.

그때는 잔소리 같았지만 그 말이 맞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학교공부하고 그림 그리기에만 집중하면서 살았던 시간을 지나고 코로나 시국에 글쓰기를 시작했고 그걸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글쓰기는 글쓰기 교육을 받을 때에도 10년은 기본으로 생각을 하고 시작했고 지금도 쓰고 있다.


내가 시간이 지나 불교 법문을 제대로 듣고 경전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연히 경전강의를 듣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고 내 생활에 정말 필요한 것이란 것을 느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만나게 되자 그동안 익숙하지 않은 것을 꾸준히 하던 습관이 부스터가 되어준다.

내게 아침 시간에는 늘 잠에 덜 깨서 힘들어하거나 체력 탓을 하면서 소파에 널브러져 있거나 집안일도 겨우 하는 나였다. 아이를 돌보거나 공부 관리를 할 줄은 알아도 나를 관리하는 건 글쓰기, 가드닝 정도였다.


지금은 내가 기다렸던 수업을 듣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체력을 위해 아침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시간을 내기 위해 오전 시간의 만남은 오후 약속으로 일절 미루고 온전히 기도하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 사경하고 명상을 잘하기 위해 공간을 단정하고 효율적으로 세팅하게 됐다.

이 시간이 처음에는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공부를 하고 거기에 맞게 과제를 해내기 시간을 금같이 쓰고 있다. 그만큼 이해도 잘 되고 그 알게 된 지식이 궁금했던 내용이라 더 잘 들리고 더 잘 이해가 된다.

예전에는 그저 해야만 하는 공부를 하는 거라면 이제는 그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더 꼼꼼히 느끼고 즐기게 돼서 더 본질적인 동기부여가 되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수행하고 공부하는 과정이라 이렇다 할 성과를 바라기 어려운 시점이다. 지금 공부는 습득하는 것을 3년을 바라보고 있다. 3년쯤 지나야 뭔가를 말할 수 있고 전달할 내용이 있을 것 같다.

누군가 끈기 있게 통로를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결과가 나올 시점이 아니지만 뛰어야만 하고 걸어가야만 하는 시간. 이 시간에 충실히 묵묵히 즐기면서 나아가길 기도한다. 또 마디 점프를 하거나 중간 없이 건너뛰는 성장이 아니라 기초, 기본을 충실히 뛰어넘고서 단계단계 지켜보는 인내심을 길러볼 샘이다.

대충 끝내는 게 아니라 충실히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음 주에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보다 더 쉽게 루틴을 이어나가는 내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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