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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의 삶에서 배워가기

by 미니작업실

중생의 평범한 삶 속에서 충실하게 사는 연습이 필요하다.

인생을 여유 있게 사는 삶, 쉬었다 가는 삶도 좋지만 삶을 정리하고 최대한 자신을 하루라도 돌아보고 감정적으로나 생활적으로 거듭나야 한다. 처음에는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그런 연습을 한다. 우리나라만 그러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어린이들이 일정 기간 동안의 교육을 의무로 받는다. 삶으로 제대로 걷는 연습, 공부하는 연습, 계획 짜는 연습, 싫어도 하는 연습, 사람들과 어울리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 사회에 뛰어든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찾게 된다. 일을 하기도 하고 집안에 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일상을 살면서 저마다 더 가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그저 드라마나 뉴스 같은 매체로 일상을 가득 채워 살 수도 있지만 각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자기가 태어나서 뭘 위해서 살고 뭘 하고 가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심하게 된다. 글로 보면 뭔가 와닿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 중 이 고민을 안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대체로 잘 살았든 못 살았든 자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뭘 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이 질문을 하는 게 갱년기 호르몬이 시작돼서라며 농담으로 머쓱함을 달래지만 사실 너무 필요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내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는 조금 덜 좋아하는 일로도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게 중생의 삶에서 거듭거듭 배워나갈 때 자기가 꼭 해야 하는 일을 발견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건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자기 스스로 알게 되고 남들이 허락을 하든 안 하든 헤치는 게 아니라면 그 길로 나아가게 돼있다.

해야 하는 일을 발견했어도 그게 생활에 갑자기 파고드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생활을 받아들일 수 있게 환경 세팅도 하고 나 자신의 그릇도 점검해봐야 한다.

내가 그릇을 바꾸려면 사실 그릇을 가루로 만들어 새로 태어날 각오를 해야 한다. 내 그릇을 깨뜨리고 가루로 만드는 일은 나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것을 부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후퇴하거나 잘못 가는 것 같은 착각도 일으킨다. 내가 겨우 알게 된 좋아하고 해야만 하는 일이 멀어지는 것 같이 느낀다. 그렇지만 내가 순수한 목적을 지녔다면 내 안에 정확한 나침반은 그 방향을 가리키게 되어있다. 그 목적성만 가진다면 내가 뭘 하든 어디에 있든 나를 꼭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줄 것이다. 다음 주에는 좀 더 많이 배우고 좀 더 깨닫기를 바라본다.

다음 주에 부처님 오신 날이다. 내 마음속에 중생심이 불심으로 거듭나길 기도한다. 하루하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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