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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비타민

나만의 들깨칼국수

by 미니작업실

어르신: 아이고~ 멸치국수 먹나? 나는 들깨칼국수 시켰는데~

나: 네. 네~^^




어르신: 그것도 맛있는데 난 들깨칼국수 먹으러 왔지.


들깨칼국수를 집에서 먹으려니 좀 힘들더라고. 들깨가 몸에 좋다는 것은 아는데 직접 해 먹기가 쉽지 않아~




나: 네~ 아무래도 그렇죠~^^




어르신: 나는 귀촌해 가~ 시골에 있으니까 이런 칼국수도 먹으려면 버스 타고 한참 와야 해~


남편이랑 나이 들어서 같이 살라고 들어왔는데 터가 안 좋은가? 바람이 나버렸어~


바람나버려서 가버리네~


아이들은 4남매인데 다 키워서 시집, 장가 다 보내고 타지로 각자 살림 살러 가버렸어~


이제 그 시골에 나밖에 없어서 점심 먹으려면 맛이 없더라고~


그 시골 사람들이랑도 친해지려고 식사 대접도 해봤는데 내가 준 음식으로 배탈이 났다잖아~ 그 뒤로 함부로 초대도 못하겠어~


그래도 이렇게 나와서 먹어야 맛이 있더라고~




나: 그래도 잘 나오셨어요~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어르신들이 특히 많이 오는 마트라 그런지 오며 가며 어르신들이 정말 말을 많이 걸어오신다.


대부분 조금씩 대화의 시동을 걸어오시다가 자기만의 손주 자랑을 잔뜩 늘어놓기도 하고 자신의 속사정을 다 꺼내놓으시기도 하신다. 한 번씩 마음이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해 귀동냥을 해드리곤 한다.


어쩔 땐 너무 길어 대충 흘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가실 땐 잘 들어가시라고 인사라도 해드리면 손까지 흔들며 좋아하신다. 물론 그분들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다.




식당자리에 혼자 얼른 먹고 화초를 보러 가려고 모처럼 시간을 내 나왔다.


오늘도 낯선 어르신이었다.


나에겐 끼니를 때우러 후딱 먹어버리는 국수였는데 그 어르신께는 들깨칼국수를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특별하게 먹고 계셨다. 어르신은 관계적으로는 외로워 보였지만 그래도 자기중심은 가지고 계시는 느낌과 자신을 위해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오신다는 거에 오히려 건강해 보이셨다.






베란다 가드닝을 하고 나서 나는 다시 가드닝으로 힐링을 하고 있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최대한 최적의 화분배치를 고민하게 되고 분갈이도 바로바로 하게 된다.


예전에는 분갈이 자체가 일이었는데 이제는 적정한 크기의 화분을 찾아 적당량의 흙을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힐링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오늘은 베란다를 다시 꾸몄다. 통풍이 많이 필요로 하는 화초들과 너무 빠른 건조는 힘든 관엽식물들과 고사리류들을 모아 다시 배치를 해보았다. 그러면서 작년부터 함께해 온 친구들을 한 번씩 가지치기를 시원하게 해 주었다. 난 지금 꽃들에게 느끼는 기쁨을 나중에도 느끼고 싶고 지금보다 더 설레면서 가꾸고 싶은 마음이 든다.


모든 게 일상이지만 이렇게 나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연습하는 게 그저 시간낭비가 아님을 들깨칼국수 어르신을 보고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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