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만큼 담길 것이고
해 온 만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보다 잘한 듯 보이고 싶어진다.
이게 습관이 돼서 이미 내게 주어진 것에서 좀 더 다듬으려 하고 보다 힘을 주고 싶어 한다.
정성을 들이더라도 어깨에는 힘을 빼는 게 좋은데
마음에 욕심이 붙으면 감정이 생기고 그 감정은 갈구하는 불안함, 갈애로 뻗어나간다.
사사로운 일상인데...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순수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그게 또 욕심이 붙는다.
더 잘 해내고 싶고 거기서 잘하는 척,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척,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붙는다.
그러니 일상이 무거워졌다. 해야 하는 일은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책임감을 가진 것이고 그 책임감을 무게로 판단하는 것은 마음이다. 사실 내 마음의 무게이다.
일상을 누구보다 가벼이 살고자 배우는 여러 가지의 것.
나를 온전히 순수하게 드러내고자 시작된 행동들은 어느새 그 수많은 판단들이 주인인양 나를 끌고 가는 기분이 든다. 의도가 순수해도 나를 꾸며서 얻을 수 있고 인정받는 것이라면 아직 내 그릇이 준비가 덜 된 것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드리자. 매 순간 자빠지고 넘어지고 어리석어지더라도 그 모습이 나이고 또 넘어진 모습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으니까.
매번 알지만 넘어지지 않으려고 발끝에 발목에 종아리에 온 힘을 다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때론 다리에 힘을 빼고 넘어질 것 같은 속도를 줄여보자.
어디든 빨리 도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른 위치에 놓이는 게 중요한 것이니까.
일상에 얹어진 수많은 해야만 하는 것들 사이에서 힘을 빼고 보는 시선이 너무 필요한 요즘이다.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멈춘 것도 아닌, 그저 힘을 빼보자. 힘을 빼고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