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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대 올리기

by 미니작업실

진리는 가깝고 뻔하고 진부하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할 거라고 믿지 못한다.

그렇게 단순할리 없다고 믿는다.


어두울수록 빛이 난다는 것.

막다른 길일 때 새 문, 새 길이 생긴다는 것.

연꽃은 연못의 환경과는 무관하게 아름다운 꽃대를 올린다는 것.


다 아는 내용인데 새롭게 각성될 때가 있다.

다 이해한다고 느꼈는데 유독 사무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길을 헤매고 정신없을 때 그저 길만 보일 때가 있다. 울퉁불퉁한 땅에 시선이 집중되거나 다리의 통증에만 연민할 때가 있다.

너무 맑은 진실은 가볍게만 보인다.

그런데 무거운 발걸음에 가벼운 진실이 제일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고루하다고 지나쳤던 진실을 마음에 품어봐야겠다.

맑은 진실은 향이 난다.

맑은 진실에는 온화한 위로가 숨어있다.


그 고요한 성질을 느끼려면 조용히 연꽃대를 올려봐야겠다.

진흙에서 길어 올린 맑은 물을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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