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카불 시내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들이닥친 탈레반 세력은 하늘에 총질을 해 대며 공포정치를 예상케 했다. 겁먹은 시민들은 문을 굳게 걸어 닫았고 거리에는 짐을 싣고 카불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종종 눈에 띄었다. 어린 딸을 둔 가족들은 대부분 카불을 떠나려고 하는 와중에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군은 각종 무기류를 그대로 둔 채 사라지고 없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대학생 아자르는 통신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홀로 고립된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친구와 가족을 찾기 위해서 공항으로 향한다는 지인의 차에 올랐다.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여러 번 검문을 통과해야 했고, 그때마다 가족이 그곳에 있다고 사정을 해서 가까스로 공항에 다다랐다. 공항에는 미군의 수송기 세대가 자국 국민들과 미군에 협조했던 가족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아자르도 미군이 세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탈레반에 잡힌다면 무사하지 못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한 상황에서 탈출도 카불에 머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공항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혹시 모를 동료들을 만나지 않을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등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자르?"
놀란 표정으로 돌아본 그의 얼굴은 빠르게 반가움으로 변했다.
"사미르!"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가르치던 학생의 부모님 차를 타고 왔어."
"너도 여길 떠나려고?"
"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전화는 모두 차단돼버려서 연락이 되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여기에 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을지 몰라서 말이야. 너는 어떻게 할 건데?"
"나는 일단 여기를 떠나려고. 미국인들이 우릴 다 데려가지는 못할 거야. 여기 있으면 정부군 비행기라도 타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어."
그때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아자르? 사미르?"
"라쉬드?"
라쉬드는 대학을 함께 다니는 친구였다. 얼마 전 정부군에 합류한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사라졌다. 세 사람은 모두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가깝게 지낸 친구이자 동지였다. 아자르와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다.
"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나네. 너희는 어디로 가려고?"
"사미르는 국경을 넘을 생각인가 봐. 나는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어. 지인들의 소식이 궁금해서 일단 달려와 봤지."
"나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이란으로 건너갈 거야. 거기서 반 탈레반 운동에 참여하려고 해. 꽤 많은 동지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사미르는 자신이 국경을 넘으려는 이유를 확실하게 밝혔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그가 안전하게 국경을 넘을 수 있을지 두 사람은 염려가 되는 모양이다.
"괜찮겠어? 미군 비행기가 아니면 모두 격추시킨다는데?"
"어차피 여기 있으나 하늘에 있으나 그들은 날 살려두지 않을 거야. 최대한 살아서 그들과 맞서려고. 라쉬드도 같이 가는 게 어때?"
"나는 판지시르로 가려고. 그곳에 마수드 장군의 아들이 군대를 일으키기로 했대. 군대에 합류해서 탈레반에 맞설 거야. 30년 간 소련의 침공에도 버텼던 판지시르를 탈레반도 쉽게 공략하지는 못할 걸? 마수드 장군의 정신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세울 거야."
판지시르는 천해의 요새와 같은 곳이다. 아프간 정부가 허무하게 무너지고 난 후 많은 군인들이 그곳에서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판지시르로 향하는 길목의 몇몇 소 도시가 반 탈레반 진영으로 넘어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이 들린다.
"아자르. 너는 어떡할 거야? 나와 함께 판지시르로 갈래?"
한 참을 고민하던 아자르는 두 친구에게 자신은 여기에 남겠다는 결심을 내보였다.
"안 되겠어. 너희들 생각도 모두 맞고 나도 총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여기 카불에 남아 있는 어린아이들이 아직도 눈에서 잊히지 않아. 나는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아. 이곳 아이들이 탈레반의 군인이 되거나 소녀들이 함부로 팔려나가지 않도록 카불 시민들 옆에 있을게. 그리고 학교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볼래."
"얼마 만에 모였는데 이렇게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구나.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미르의 불안한 눈 빛에 아자르는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다시 만나고 말고. 우리 다시 만날 땐 모두가 평등한 이 땅에서 함께 와인을 마실 수 있을 거야."
"그래. 나는 정부군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가 볼게. 모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떠나는 사미르를 보내고 나니 라쉬드도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꼭 살아 있어야 해. 우리가 강해지면 마사드 장군과 함께 카불로 입성할 테니 그때까지 몸조심하고."
"그래. 너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렇게 세 친구는 공항에서 서로가 가야 할 길을 향해 나아갔다. 여전히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아비규환의 수도 카불은 알 수 없는 총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아자르는 공항을 빠져나와 카불로 향했다. 마침 도심으로 향하는 차 한 대가 손을 흔드는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스페인 대사관 옆에 있는 아마니 고등학교에 가려고요."
"타세요. 근처에 내려 드릴게요?"
차를 운전하는 남성은 겁에 질린 표정임에도 침착하게 카불 시내로 진입했다.
그는 가족들을 모두 미군 수송기에 태우고 혼자 남기로 한 모양이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카불은?"
아자르는 남성의 질문에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그에게 남성이 먼저 대답을 남겼다.
"일단 어떻게든 살아야겠지요? 더 이상은 누구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맞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죠."
길지 않은 대화는 목적지에 다다르면서 마지막 인사로 바뀌었다.
"선생님이세요? 학교로 가시는 걸 보니......"
"네. 여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훌륭한 분이시네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요."
"감사합니다. 선생님도요."
아자르는 학교로 돌아와 하얀 깃발을 세웠다. 누군가 이 깃발을 보고 여기에서 수업이 열리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싸우는 방식은 다양하다. 친구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기 위해 자신의 길로 나아갔다. 아자르는 아이들을 위해 싸우기로 했다. 총 대신 펜을 들고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면 방패가 되어주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위해 희망을 걸고 싸우기로 결심했다.
이웃 국가들의 안타까운 비극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어린아이들과 여성의 안전이 몹시 불안해졌습니다.
미얀마의 민주화도 멀게만 느껴지고,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정부군과 반 정부군의 내전으로
가족을 잃은 어린아이들이 총을 들고 나와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참 많은 시련을 견디어 냈습니다.
국권 침탈 이후, 대통령을 민주적으로 뽑기까지 100여 년 동안
수많은 젊은이들이 싸우고 희생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세 친구가 있습니다.
윤동주, 장준하, 문익환
조국의 독립을 꿈꿨던 그들은 일본군 징집령이 내려지자 각자의 방식으로 싸워 나갔습니다.
일본 군에 들어가서 반란을 꿈꾸었던 윤동주
일본 군에 맞서 독립군에 들어가려 했던 장준하
신학교 교장과 담판을 벌여 징집을 피했던 문익환
한 친구는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했고,
한 친구는 조국의 민주화를 보지 못했고,
한 친구는 조국의 통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미얀마에도 우리가 기억하는 그런 세 친구가 새로운 역사를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쏟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저 얻어지는 평화는 없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깊이 연구하지 못해 혹여나 정세에 맞지 않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화를 담고 싶은 소설임을 감안해 너그러이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멈추는 날을 꿈 꾸어 봅니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도 불과 반세기 전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리는 누군가의 피와 땀이 있기에
평화는 기적처럼 찾아오리라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