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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Oct 18. 2024

바람





애써

모른 척했던 건 아니다


온몸을 적시는

시원함에도

너를 알아채지 못했다


지친 계절에 닫힌 마음

생각할 여유도 없었지


이 길 끝에 만난

여린 갈대숲


온몸을 흔들어

네가 있음을 알린다


게으른 감정을 핑계 대기엔

너의 숨결이 제법 시리다


지난여름 흘린 땀을 잊고

따스함이 그리워질 때면

너를 반가워할까?


내 마음 모르는지

너는 여전히 갈대를 흔들어

나를 부른다






우리나라는 이제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여느 계절보다 길었던 무더위가 떠난 자리에는 서늘함이 이어집니다.


시원한 바람이 그렇게 그리웠는데 서늘한 바람맞으니 온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이제 그만 가라고 몸부림쳤던 더위가 살며시 그리워집니다.

시간은 멈춰 설 생각이 없는데 내 마음은 지난 시간에 머무릅니다.


벌써 수 십 년 맞는 계절인데 나는 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살까요.

세월이 흐르면 지혜롭게 나이 먹을 줄 알았는데 현명함은 원래 없었고 정신력만 잃었습니다.

기다림 보다 그리움이 두텁게 쌓여가는 걸 보니 인생은 미련으로 미련하게 사는 건가 봅니다.

이 나이쯤 되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우칠 줄 알았는데 여전히 현실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가을,


참 좋은 계절인데,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지요.

세상에 내리는 위로가 매일 같은 크기라면 좋겠습니다.

내가 아픈 만큼 누군가는 나아지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위로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오늘은 잠시 내려앉은 우울을 고백합니다.

여기 당신의 괜찮지 않은 하루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더 너그럽기를 바랍니다.

내리는 바와 바람을 어찌할 수 없듯 나의 불안도 잠시 머물다 가리라 마음 다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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