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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은 호흡에서 시작된다

by 김정락

어떤 날은 공이 말을 잘 듣는다.

클럽에 전해지는 손맛이 분명하고, 몸은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시작부터 가벼웠다.


특별히 뭘 준비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며 스윙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생각해보면 그런 날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호흡이 차분했다.


스윙은 팔이 아니라 리듬으로 한다.

그 시작은 몸의 감각이 아니라, 호흡의 흐름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종종 자세와 기술에 집중하지만, 좋은 샷은 내면의 평온함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중심엔 늘 ‘호흡’이 있었다.


왜 하필 호흡일까?

호흡은 단지 살아있다는 증거만은 아니다. 감정, 움직임, 집중—이 모든 걸 잇는 보이지 않는 연결선이다. 특히 골프에서는 샷을 하기 전의 짧은 숨결 하나가 스윙 전체의 리듬을 이끈다.


불안하면 숨이 얕아진다. 마음이 조급하면 리듬이 무너진다.

그러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샷은 흐트러진다.

반대로, 숨을 천천히 들이쉴 때—몸은 조금 느슨해지고, 마음은 잔잔해진다.

그 고요함에서 스윙은 시작된다.


나만의 루틴, 호흡을 닮는다. 경기 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나의 리듬은 어떤가?”

“몸과 마음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가?”

그 질문을 마주하며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내쉰다.


그 한 번의 숨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고, 흔들리던 중심을 다시 세운다.

이 호흡은 어느새 하나의 루틴이 되었고, 스윙 전 가장 믿음직한 의식이 되었다.

호흡은 내면을 읽는 언어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자세나 궤적에만 신경 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동작을 시작하는 나의 ‘상태’다.


호흡은 조용히 알려준다.

“지금 너는 긴장하고 있어.”

“지금 마음이 앞서가고 있어.”

“지금, 준비되었다.”


이처럼 호흡은 내가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마주하는 순간이다.


리듬은 호흡에서 시작된다. 골프는 반복의 경기지만, 매 순간을 새롭게 맞이해야 하는 예술이기도 하다. 그 예술은 힘이 아니라 리듬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 리듬은 기술보다 먼저 호흡의 깊이에서 자라난다.


골프 호흡2.png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나는 가끔 그날의 호흡을 적는다.

“오늘 숨이 짧았고,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샷이 흔들렸다.”


이렇게 글로 남기다 보면 보이지 않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숨결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골프는 리듬의 스포츠이고, 글쓰기는 그 리듬을 붙잡는 도구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의 스윙을 되짚는다.

몸의 흐름, 마음의 방향, 그리고 숨의 깊이까지.

글 안에서 나는 골프의 진짜 감각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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