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깨가 더 잘 돌았다. 지금은 중간끔에서 멈춘다.
공은 그대로인데, 내 몸만 달라졌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몸이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백스윙이 짧아지는 이유는 단순히 유연성 때문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흉추(등뼈 중앙 부위)의 회전 가동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 핵심이다. 흉추는 어깨 회전의 축이 되는 부위로, 이 부분의 가동성이 10도만 줄어도 클럽의 백스윙 톱은 어깨높이보다 아래로 떨어진다. 실제로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의 보고에 따르면, 40세 이후 남성의 흉추 회전 능력은 10년마다 평균 5~10% 감소한다.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상체를 회전시키는 동작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습관적 고정’의 결과다.
또한 고관절의 회전력 감소도 큰 요인이다. ‘Journal of Strength and Conditioning Research(2020)’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골퍼의 비거리와 백스윙 각도는 고관절 외회전 각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즉, 고관절이 돌지 않으면 상체는 더는 돌 수 없다는 뜻이다.
하체가 회전의 시작점이라면, 흉추는 그 회전이 전해지는 매개체다. 이 둘의 연결이 끊기면, 백스윙은 자연히 짧아질 수밖에 없다.
많은 중년 골퍼가 “힘이 빠져서” 백스윙이 줄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반응한다. 관절낭이 뻣뻣해지고 근육의 장력이 불균형해지면, 몸은 ‘이 이상은 위험하다’라는 신호를 보내며 회전을 멈춘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일종의 몸의 지혜다.
무리한 회전을 멈추는 건 부상을 피하기 위한 생존 반응이다. 그러므로 목표는 ‘젊은 시절의 회전’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몸으로 가능한 최적의 회전 범위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전을 다시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흉추와 고관절의 연결 회전을 회복하는 것이다.
하루 10~20분이면 충분하다.
흉추 회전 스트레칭
등을 벽에 붙이고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은 뒤 좌우로 천천히 회전한다.
이때 팔이 아니라 등 중앙이 돌도록 의식한다.
90/90 고관절 회전 운동
바닥에 앉아 양쪽 다리를 90도로 접고, 좌우로 천천히 회전한다.
엉덩이 근육과 고관절 내회전을 동시에 자극하는 최고의 루틴이다.
스틱 어깨 회전 루틴
스틱을 어깨 위에 걸고 상체만 회전시킨다.
하체는 고정하고, 시선은 정면에 둔다.
‘등이 돌고 어깨는 따라간다’라는 감각을 익히면, 백스윙의 중심이 다시 살아난다.
백스윙의 길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몸의 시간감각이다.
젊을 때는 더 멀리 보내고 싶어 몸을 몰아붙였지만, 이제는 ‘느리게 듣는 법’을 배우는 시기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면, 그 안에 리듬이 있다.
오늘의 스윙이 어제보다 짧더라도, 그 안에 흐름이 있다면—그건 퇴보가 아니라 성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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