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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소 Nov 25. 2023

가을의 독백

작디작은 차 안에서

나는

광대하고 풍성한 가을 나무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슬라이딩을 닮은 이 주행은 삭막한 지구에서

매일의 삶을 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구도자의 태도라고 할 수 있지요.


가을은 가을 안을 사는 이에게

가만히 이마를 대어 주는

선량한 거인입니다.


그동안 자막처럼 제 앞을

지나가버린

모든 가을이 바람냄새를 딛고

목소리를 달았습니다.


한껏 총애를 받는 그의

오라토리오를 들어보세요.


이미 이별의 약속이 내재되어 있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 가을의 독백 앞에

저는 한껏 애틋하고

그의 스러짐이 눈부십니다.






대문사진 - 리프그린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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