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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주름을 잡다

by 캐리소

몇 년 전, 아보카도를 먹은 후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씨에 칼집을 내어 물에 담그면 뿌리가 난다는데.

그걸 심으면 아보카도가 자랄까?

그래서 그렇게 화분에 심었다.


그 화분은 베란다 세탁기 앞에 두었다.

원체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나는 그 애의 존재를 잊었다가도 빨래를 하러 들어가서 깜짝이야! 하고 만나기를 거듭했다.



이제 아보카도는 너무 자랐고, 물도 애정도 잘 안주는 집사에게 반항이라도 하듯 삐뚤 하게 자라고 있다. 미안~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갈아주는 짧은 시간,

아보카도는 내적지진을 느꼈을까.

나, 어떻게 되는 거지?

어딘가로 옮겨지는구나.

했을까?


식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분갈이 후 식물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나도

아보카도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새벽독서를 시작하고 인문학 책을 읽어온 지 넉 달 정도 지났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내 안에는 새로운 정신의 길, 즉 새로운 정신에 주름*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길을 만들다 보면 옛 길은 희미해지고, 내 정신에는 나만의 새 길이 곧게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새 길을 만드는 건 허리높이의 잔잔한 강을 건너는 일이 아니므로 쉽지 않다.

아직 반도 안 왔는데 뒤돌아갈까?

그냥 편하게 살까?(사실 진심으로 편하게 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강 저편에 두고 온 과거가 괜히 아련해지는 난관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신기루 일 뿐이다.

길을 만드는 나의 목을 잡아서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신기루의 노랫소리 말이다.


나폴레온 힐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이렇게 말한다.


필요한 것은 당신이 열망하는 유일한 대상에 꾸준히, 단호하게, 끈기 있게 집중하는 것이다. 열망의 대상을 발견하고 그대상에 어떻게 집중할지 알아낸 다음에는 집중과 목표 그리고 목적을 끈질기게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꾸준히!

단호하게!

끈기 있게!


어떤 때는 뒤로 돌아갈 말미를 마련해 놓고 입으로 분명하게 내뱉지 못할 때가 있다.

말로 나에게 도장을 찍고 나면 빼도 박도 못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나에게 단호하게 얘기한다


그다음 문장에서 그도 단호하다.

내 비루하고 비겁한 마음을 들킨 기분!



엄중한 선언처럼 박힌다.


끝까지 견디는 것!!


사랑하는 대상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니까.

목표가 내게 그러한 것처럼.

나는 목표에게 맞는 사람이 되어 가야 할 뿐이다.


사실로, 실체로, 실재함으로 믿고 오늘을 그 과정으로 사는 것이다.

라고 지담 작가님이 말하셨다.

하루하루 그 길을 가는 사람의 말이다.

자신이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의 말은 힘이 없다.


믿음에 기초하지 않는 것은 나를 부스러뜨린다.


Born again - 거듭남.

육적 인간에서 영적 인간으로의 거듭남처럼.


얕은 정신으로 살았던 곳을 떠나 깊은 정신으로 파내려 가는 중이다.






* 황금률. 나폴레온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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