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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과 팔짱 낄 고민

- 행복한 글쓰기를 위해

by 캐리소

수험생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사무원도 아닌데,

하루에 책상 앞에 다섯 시간 넘게 앉아있다.


새벽에 두 시간, 매일은 아니지만 정오 무렵 두 시간, 저녁에 두 시간!


짧은 글이라도 매일 브런치에 발행해야 하고, 공저출간을 위한 글도 퇴고 중이다.

그러면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도 틈틈이 읽어봐야 한다. 내 글과 작가님들의 글의 리듬감도 살펴봐야 하고 틈을 내서 그림도 그려야 한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통해 인간 내면을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한다.

나는 하루키처럼 고상하고 탄탄한 논리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글을 쓰려면 근육을 단련하고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배가 나온다.

허리근육도 슬슬 풀어져버린다.

잘 걷지 않으니 다리도 휘청거린다.

체력이 떨어지니 금세 지친다.





그러나

이게 나만의 고민일까?


지금, 이 시간 각자의 줌 앞에서 자신의 글을 헤집고 있을 작가들 모두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분들께 근육 한 상자씩 배달해 드리고 싶다.


새로운 달 6월은 근육을 찾아올 수 있을까?

그 바람으로 주 3회의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넣어놨는데...


글을 쓰는 기초대사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육 하나하나를 사랑해야 할 것이다.

근육이 지구력을 한껏 발산하고 글을 쓰는 힘을 내주어야 글도 나온다.


현실은 매일 흘러내리는 살과 둔한 움직임을 맞닥뜨려야 한다.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엔 수영장에 갔다.

바다나 계곡은 아니지만, 물결에 나를 맡기면 책상에 앉아있느라 쌓인 노폐물이 샤라락 씻겨 내릴 것이다.

눈에는 안보이겠지만, 찌그러진 세포들도 동그랗게 일어날 것이다.

다 마치고 나와서 다시 책상에 앉으면 처진 살에 눌려 못 빠져나온 문장도 투명하게 빠져나올지도 모른다.


온갖 행복한 상상을 하고 수영가방을 휘두르며 명랑하게 랄랄라.

물에서 오십 분쯤 몸을 풀면 좀 노곤하긴 하겠지만 일 그램의 근육을 얻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웬걸!


삼십 분을 돌고 나니 체력이 방전되어 버렸다.

있는 힘을 다 짜내어 샤워를 하고 어기적거리며 집으로 왔다.


근육이 필요하다!


굳이 하루키의 마라톤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글을 오래 행복하게 쓰려면 머리가 아니라 근육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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