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을 포기하지 않을래요

by 캐리소


오십이 넘게 살아왔지만 수면 아래의 삶을 지나온 자에게 수면 위는 신기한 곳입니다.

마치 심봉사가 눈을 뜬 것처럼 새롭고 눈부십니다.



저는 기억력 면에서 젬병인 사람이었어요.

별로 기억해 둘 만한 일이 없었다고 생각하며 지냈지요.

제 아이들은 저를 길치라고 놀립니다.

굳이 길을 익히고 알아야 이유가 없었지요.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도 다섯 번 정도 만나야 겨우 기억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이젠 지긋한 나이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여기며 자연스럽게 그 생각에 기대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다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일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북클럽 시간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지난달 북클럽 책에서 나누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저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둘이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을 하더라고요.

제가 기억하고 있던 부분과 그들이 기억하고 있던 부분이 달랐어요.


어떻게 그렇게 잘 기억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책을 읽을 때, 자신이 알고 있던 어떤 인물과 책의 인물을 연결해서 기억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언니는 치매 예방을 위해 기억력에 좋은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를 구독하고 그 내용대로 연습하고 훈련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기억력이란 자발적으로 회상하는 능력이라는 의미로, 순전히 정신 작용이라는 훈련된 습관에 관한 문제이다.
기억을 못 하는 책임은 소위 '상관없는 사실'에 대한 당신의 무관심에 있다. 따라서 관찰하는 습관을 들여라. 당신이 생각해내고 싶은 관찰된 사실을 수많은 외부 연상으로 강화하라. 어중간한 지식에 안도하지 마라.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면 외부 사실을 잘 기억할 수 있다. (주)


아, 여기서 저는 꿀밤을 딱!!!!!! 맞았습니다.

자발적으로 회상한다에서 한 번,

훈련된 습관에서 한 번,

무관심에서 연타로,

관찰하는 습관에서 따닥,


하... 진짜 아팠답니다.


그러니까 나는 원래 기억력이 부실하고 낡은 데다 형편없다고 생각한 제 인식에 나폴레온 힐님이 타닥 하고 가격했다고요.


이분 말이 맞더라고요.

저는 기억하는 일에 있어서

자발적으로 회상하지도 않았고,

습관적으로 훈련하지도 않았고,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관찰하는 습관도 없었습니다.


그저 관성에 따라 나이 먹으니 다 그렇지 뭐, 하면서 긴장을 흐물흐물 풀어버렸다는 말이죠.

어중간한 지식에 안도해 버린 제 나태를 향해 제대로 뼈를 때리는 문장에 흐흐 실소를 터뜨리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알았다는 게 어딥니까?

알았으니 고치고 알았으니 다시 세우면 되겠지요.



요즘은 길치라는 놀림에서 놓여 나고 있습니다. 속속들이 많이 걸어 다녔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노선이 살짝 다른 버스도 타 보곤 합니다. 골목이라든지, 길을 걸을 때도 매번 같은 길이 아닌 다른 길로도 돌아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동여지도의 김정호처럼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에서 반경 1킬로미터까지는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답니다.


이제부터라도 더 윤기 나는 기억력을 위해 이 책에서 권하는 훈련을 해보고 정신적인 안일함에서 벗어나는 일부터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또한,

집중을 위해서는 쓸모없는 정신적 짐을 내려놓고 해롭지 않은 즐거운 일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것까지 그만둘 각오도 해야겠습니다.

영양가 없는 모임을 정리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 똑같은 무게로 안에 새겨지고 저장되는 일에 관심과 관찰의 시선을 둬봐야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놀 때 저는 제가 좋아하고, 연마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그러기에 오십 후반은 너무나 적당한 나이니까요.


희미한 수면 아래를 잘 갈무리해서 선명한 수면 위의 세계에 힘을 실어 저를 분명하게 세우려고 합니다.





주 1) 나폴레온 힐의 황금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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