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영혼의 굴대

by 캐리소


고등학교 시절 내가 기억하는 친구 은이의 눈동자는 밝은 갈색이었다.

작은 역삼각형 얼굴에 커다란 눈이 흡사 가느다란 사슴의 안면같이 비현실적일 때가 있었다.


종종 생기 넘치는 호기심이 그 아이의 깊은 갈색 눈에 어리면 난 심연에 손을 뻗듯이 오래 은이의 눈을 들여다보곤 했다.

끝이 닿지 않을 것 같은 투명하고 깊은 지혜가 은이의 눈 속에 있었다.

기억 속의 그 장면이 바로 눈앞에 있는 모습처럼 손에 잡힐 듯하다.



어릴 때 난 사람의 눈을 오래 들여다본다고 혼이 났다.

누구에게 야단을 맞았는지는 기억이 흐린데 분명 부모님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주변 어른들이 그랬을 리는 없고, 두 남동생에게 난 좀 어려운 누나였어서 동생들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한 친구나 동네 언니들이었던 것 같다.


내 딴에는,

신기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익살스러운 사람, 예쁜 사람, 미운 사람이 눈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에 눈은 내게 검색해야 할 창이었다.

그래서 오래,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상대방이나 다른 사람들에겐 빠안히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눈을 가진 A는 검은 눈동자가 작았다.

몇 년을 보았는데도 그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본 건 처음이다.

검고 탁한 눈 안에서 그의 고집스럽고 올곧은 생각이 등대의 푸른빛처럼 고여 있었다. 광채가 사라진 그것에는 가여운 영혼의 깊은 신음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소로우가 말한다.


우리는 눈을 통해 그 사람을 안다.

한 사람의 눈은 어떤 사람의 눈과도 다른 고유한 것이다. 눈은 가족이 아닌 개인의 특징이어서 쌍둥이도 서로 다르다. 눈 속에 모든 이의 비밀이 들어 있다. 성격을 바꿀 수 없는 것 이상으로 눈의 표정도 바꿀 수 없다. 한 사람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다른 특징들을 결정하고 또한 그 사람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든다. (중략)
눈은 독자적인 축을 선회하므로 우리가 자신의 의지를 마음대로 할 수 없듯 눈 또한 마음대로 할 수없다. 땅의 축이 하늘의 축과 일치하듯, 눈의 굴대가 바로 영혼의 굴대인 것이다.*
p. 140


굴대는 '수레바퀴의 한가운데에 뚫린 구멍에 끼우는 긴 나무 막대나 쇠막대'(네이버 국어사전)를 말한다.

영혼에도 축이 있다면, 그것이 곧 우리의 눈이란 것이다.

나의 축에 나는 무엇을 끼우고 있나?

내 작은 눈 속에 나는 어떤 영혼의 얼굴을 새기고 있나?


다른 건 속일 수 있어도 눈의 표정은 속일 수 없다는 건 정확한 견해다!

눈은 수많은 표정과 깊이를 만들어낸다.

공포와,

사랑,

슬픔,

비굴까지.

눈은 모든 걸 담는 얼굴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

손자들이 더 어린 아기였을 때,

그들이 무언가를 바라보는 걸 보면 삶의 생기가 내게도 전달되었다.

커다랗고 깊은 눈에는 생의 온갖 관심과 정보를 다 흡수하겠다는 의지가 뿜어져 나온다.

독창적인 그들의 눈은 커가면서 작게나마 그 독창성과 맑음을 소실한다.


나도 아주 조금은 내 영혼의 해맑음을 소실했다.

더이상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내 행위가 누군가에겐 불쾌로, 위협으로, 공포로 읽힐 수 있으니까.


이젠 자중한다!


A의 영혼에는 어떤 세계가 담겨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저 그가 행복한 눈의 표정을 만나기를 바란다.


맑은 갈색눈의 친구 은이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

오래 그 아이의 눈을 만나지 못한 나는 그립다.

은이가.

은이 눈이.




* 소로의 일기(청년 편).

글제목을 소로우의 글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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