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내면과 친해지세요

by 캐리소



어릴 땐 -여기서 어리다 함은 40대 초반까지를 말함- 검버섯, 잡티가 없는 피부였다.

그때는 내 외모가 나로서 곱고 완벽했기 때문에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다-

외모 따위 신경도 안 쓰고 살았다.

그냥 아무 옷이나 입어도 귀엽고 잘 어울렸다.-이것도 내 기준이다-

피부는 깨끗했고 머리는 투명했다.


굳이 늙으면 스러질 겉모양을 가지고 신경 쓰면서 가꾸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래선지 그때는 '지금 여기 있는 것'보다는

'먼 곳, 여기 없는 곳, 내가 아닌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뭔가 여기보다는 저기가, 저기보다는 더 먼 저기에 내가 찾는 것이 있을 것만 같았다.


생의 완성이나, 삶의 깊은 의미나, 죽을 때까지 내가 이루어야 할 일들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이 밖에서 발견되기를 바랐다.

온갖 책을 뒤지고 열심히 찾아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더 먼 저기에는 내가 원하는 어떤 것도 없다는 보고서를 내게 들이밀었다.

그리고 시선의 후레시를 안으로 비췄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는 키가 조금 더 작아졌지만, 큰 우주를 내 안에 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생을 마감하고 싶은지,

세상에 어떤 것을 남기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 몰입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얼굴을 보았다.

검버섯이 페이스 페인팅처럼 톡톡 뿌려졌고, 잡티는 마당의 잡초처럼 생겨나 있었다.

고울 땐 고운 줄 몰랐고 곱지 않은 지금은 곱지 않은 것의 이면을 생각하게 되었다.


겉이 곱지 않으니 안을 더 곱게 해야지.

그래야 습자지처럼 안이 겉으로 드러날 테니까!


그러나 자주 실패하고 실패한다.

곱게 하고 싶은 안이 생각보다 총체적 난국임을 알아버린 것이다.

무지, 미련함, 나태함, 안주하는 마음, 어리석음이 거미줄처럼 엉켜있어서 고운 것을 들여놔도 곧 거미줄에 걸려버리곤 한다.



내 안의 상태를 확인했으니 조금씩 거미줄을 거두고 안을 정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고운 것을 더 많이 안으로 들여놓으면 언젠가는 거미줄이 그 탄성을 잃고 맥없이 끊어져 버리게 만들 수 있다!로.


무지, 미련함, 나태함, 안주하는 마음, 어리석음도 이미 내가 지니고 있는 내 안의 구성요소이므로 고운 것을 차곡차곡 들인다면 그것들도 세력을 잃게 되리라.




그러니, 나보다 젊은 너님들이여!

혹은 나만큼 살아온, 나보다 더 익은 너님들까지.

다른 것보다 자신의 내면과 친해지세요.

더 깊이 자신을 파고 또 파세요.

나는 무엇이며, 누구인지 궁금해하세요. 내 안에 무얼 담는 게 가장 나일 수 있는지 깨달으세요!


내가 광대한 존재라는 걸 아세요.

내가 가장 재밌는 놀이공간임을 발견하세요.

나랑 놀아도 지루하지 않고, 심심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답니다.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일 뿐이고, 또 그렇게 되고자 합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삽니다. 과거는 기억일 뿐이고 미래는 기대에 불과합니다. 나는 살아 있음을 사랑합니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변화와 새로움을 더 좋아합니다. 나쁜 것이 어떻게 나아졌는가에 대한 기록은 아직 없습니다. 나는 다만 어떤 것을 믿을 뿐이며.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나는 나의 존재를 자각합니다.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어떤 존재의 피조물이라는 것과, 또한 내가 인류의 일부분이라는 사실도 잘 깨닫고 있습니다. (주)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나는 빠가각 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 인식에 실금이 그어지고 깨지는 명쾌한 소리를.





(주)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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